지난주에 7년 전 함께 일했던 형님과 오랜만에 점심을 같이 하게 됐다. 그때 우리 대화의 많은 부분은 '아날로그'에 대한 얘기였다. 불과 7년 전과 지금도 많이 달라져 있을 뿐 아니라 우린 점점 더 디지털의 노예가 되고 있다는 얘기들이었다. 또한 옛날의 100년 동안의 변화가 지금은 10년으로 단축되고 그 빠름은 더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얘기가 살짝 두려움으로 다가온다는 얘기도 나눴다. 그 형님은 아이가 2명이 있다. (한 명은 아직 형수님 뱃속에서 자라고 있지만.) 요즘 아이들이 세상의 변화에 맞게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며 우리와는 다른 모습의 인생을 살아나가겠지만, 아무래도 걱정이 된다는 얘기를 했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아날로그를 체험하지 못한 세대는 얼마나 급하고 인간미가 없을까에 대한 걱정이었다. 우리처럼 시골에서 흙과 함께 뛰어놀고 강에서 헤엄치고 고기 잡던 (물론 누구나 그런 추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소중한 추억들을 가질 기회도 없이 방안에 앉아서 컴퓨터와 닌텐도에 파묻혀 움직이기 싫어하는 비만형 인간으로 진화되는 것이 두렵기도 한 것이다. 친구들을 만나면 같이 누군가의 집으로 가서 비디오 게임을 하고, 더군다나 요즘의 부모들 역시 횡횡하고 삭막해진 사회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울타리 안에서 감시할 수 있는 집안 활동을 원하기도 한다는 어쩔 수 없는 현실도 이런 현상에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되었던, 사실 아날로그를 모르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니고, 나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디지털 중심의 '폐해'에 대해서 잠깐 얘기를 해 보았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우리가 지금 사는 세상은 가끔은 아날로그를 동경하는 시대인 것 같다. 주변의 많은 환경이 디지털화되면서, 물론 그런 것들이 가져다주는 생활의 편리함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반면 급해지고 인간미가 없어지는 것 역시 요즘 느끼는 부분이다. 나 스스로 그렇게 변해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랄까. 그래서 요즘은 메신저 보다는 전화 연락이 좀 더 좋아지고, 집에 들어가서도 항상 온라인이어야 했던 모습을 '많이' 바꿔서, 요즘은 퇴근할 때 그리고 주말에도 랩탑을 가져가지 않고 오프라인 생활에 충실하곤 한다. 물론 답답함과 급하게 처리해야 할 업무들 때문에 주말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랩탑을 찾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이 얘기하듯 나 역시 가끔 핸드폰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온라인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꿈을 꾸곤 한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부재에 대한 '공포'감과 기타 등등의 여러 가지 이유가 날 붙잡아 세우곤 한다. 사실 하루에 전화 몇 통 오지 않아도 전화기를 수시로 쳐다보는 습관이 몸에 밴 지금, 그렇게 생활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환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씩 내 생각과 행동에 여유를 주고 싶고, 어쩌면 때로는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에 나를 낭비 하지 않고, 급해지는 성격을 조금이라도 이완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안고, 모든 메신저를 당분간 로그인 하지 않고 살아보는 시도를 시작해볼까 한다. 솔직히 내가 얼마나 메신저에 로그인하지 않고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막연히 삶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 아닐까라는 기대감에 시작해볼까 한다. 얼마 안 지나서 '아! 못하겠어' 라며 백기를 들지도 모르겠지만..

당분간 메신저를 끊어보겠다는 취지에 너무나도 주절주절 덧붙임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만, 사실 아날로그에 대한 동경에 대해서 더 많은 얘기를 해보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주에 아는 형님과의 대화에서 나온 얘기들도 더 해보고 싶기도 했고. 사실 난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들이 생기면 흙과 물을 가까이하며 키우고 싶다는 실현 가능할지 나조차도 확신이 안 서는 다짐을 해보기도 한다.

결론 1 : 저 필요하면 전화 주세요! :)


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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