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Allen군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타이페이를 다녀왔다. 1년만에 찾은 타이페이는 통산 5번째 방문. 이제 타이페이는 샌프란시스코 다음으로 나에겐 친숙한 도시가 되어버렸다. 갈 때 마다 새로운 친구들이 생겨서 샌프란시스코 다음으로 친구들이 많은 도시가 되어 있기도 했다. Allen군은 작년 하반기부터 일정 꼭 맞춰서 와야 한다며, 뭘 믿고 축가를 불러줘야 한다며 떼를 썼었다.

출장도 많았고,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도 외국 회사이다 보니 계속 왔다갔다 할 일도 많고, 개인적으로도 워낙 여행을 좋아하는지라 그 동안 비행기로 이동을 할 일이 많이 있었다. 그 와중에 딱 2번 비행기를 놓친적이 있었는데(버스도 아니고..), 그게 하필이면 둘 다 타이페이를 다녀올 때였다.

첫 번째는 2004년 여름, 2번째 대만 출장때였다. 택시타고 영수증 처리하면 될 것을 무슨 고집으로 버스를 타고 가겠다며 버스 정류장을 물어서 공항가는 버스를 탔는데, 확인 한다고 2번정도 물어보고 탔건만.. 그 버스는 국제 공항을 가는 버스가 아니었던 것.. 결국 옆에 앉아 있던 한 학생의 도움으로 간신히 타이페이 사무실로 돌아오긴 했지만 비행기는 이미 출발한 다음이었다. 타이페이 사무실 사람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었다. 서울 간다고 공항으로 출발한 아이가 3시간여만에 사무실로 되돌아왔으니.. 난 넋살좋게 "나 다녀왔어~ 다시 만나서 반가워~"라며 인사를 했지만.. 무척 무안했던 순간이었다.

두 번째는 바로 지난주였다. 출근해서 일을 보다가 좀 일찍 나와서 인천 공항으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는데, 메일 한 통 보내고 간다는것이 좀 늦어져서,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공항터미널에서 직행 버스를 탔을 땐 이미 출발 1시간 40분 전... 게다가 차도 막히고.. 결국 공항에 40여분 전에 도착해서 무작정 뛰어 갔지만, 타이 항공 직원이 "어떡하죠? 좀 전에 체크인 마감 됐는데...."... 아뿔사!.. "저기, 아직 시간 남았는데 후딱 들어가면 안될까요?", "죄송하지만 체크인이 마감되면 규정상 들어가실 수 없어요. 다른 항공편 알아보셔야 할꺼 같아요".. 아.. 이 무슨.. 고속버스 놓쳐서 다른 버스 기다리는 차원도 아니고.. 가장 싼 요금으로 예매해놓은건데.. ㅜㅠ 그래, 서두르지 못한 내 잘못이니 무엇을 탓하랴.. ㅜㅠ 결국 이렇게 해서 두 번째로 놓친 비행기 역시 타이페이와 엮이게 되었다. 그냥 놀러가는거라면 모르겠지만 토요일 낮 Allen의 결혼식에 반드시 참여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다가 축가 순서까지 잡혀있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곧 출발하는 다른 항공 비지니스석까지 알아봤으나 이미 만석이란다. 결국 토요일 아침에 제일 일찍 출발하는 대한항공편을 기존에 예약했던 타이항공보다 10만원이나 더 주고 예매하고 나름 긴박했던 상황을 종료하며 혼자 어이없어서 웃고 말았다.

토요일 아침 9시10분 비행기를 타고 현지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타이페이는 서울보다 한시간 느려서 결국 바쁜 와중에 1시간 덕을 본 셈이다.) 수속하고 나온 시간이 대략 11시 30분, 버스를 타고 시내에 들어가서 택시를 갈아탈까 하다가, 그냥 바로 택시를 타고 달려달라고 부탁. 결혼식장에 도착한 시간은 12시30분정도. 다행이 본 결혼식은 시작하기 전. Allen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1년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눌 수 있었다. 축가도 제시간에 부를 수 있었고..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너무 떨어서 삑사리를 좀 내서 미안했지만.. 어찌되었던 내가 제시간에 이 곳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어찌나 감격스럽던지.ㅋ

축가 부르는 민우군

결혼식이 끝나고 남은 시간은 여유롭게 타이페이 시내를 돌아다니고, 새로운 친구도 만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다가 올 수 있었다. 비록 계획했던 장소는 못다녀왔지만 - 사실 이번엔 온에어 촬영 장소였던 지우펀을 다녀올 계획이었다. - 다음을 기약하고 무사히 일정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다.

다음부턴 여유 부리지 말고 무조건 일찍 가는거다.... ㅜㅠ

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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