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발단

2주전쯤 친구 커플을 집으로 초대해서 BBQ dinner를 했었습니다. 그때 얘기를 하다가 여행 계획 얘기가 나왔고, 친구 커플이 2주 후에 Kauai를 가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방이 3개나 딸린 빌라를 예약 해놨다면서 우리 부부에게 비행기 티켓만 끊어서 오라는 겁니다. 그냥 농담처럼 ‘그럴까?’ 했다가 ‘진짜 갈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정말 우리 가도 안 불편하겠냐’라는 질문을 몇 번을 해봅니다. 같이 여행하면 더 좋다는 답변에 그 친구들이 가고 나서 심각하게 고민을 시작합니다. ‘인생 뭐 있어!’ 자기 전에 Alaska 사이트에서 2주후 카우아이 티케팅을 완료합니다. 올해 미리 잡혀있는 휴가 일정들 때문에 많이 뺄 수는 없어서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2박3일의 초단기 하와이 여행 일정을 잡게 됩니다. 토요일은 아침일찍 출발해서 점심 전에 도착, 월요일 돌아오는 비행기는 red-eye로 저녁 10시 비행기로 잡았습니다. 그래서 도착하는 순간부터 바로 여행 일정을 시작해서 오는날 저녁까지 뽕을 뽑는 일정을 잡아봅니다. 친구 커플은 수요일까지 있을 예정이라 우리는 월요일 하루 종일 놀고 샤워하고 저녁까지 먹고 여유롭게 공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일정이 완성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냥 신세지긴 싫어서 Stay하는 동안 모든 Grocery 비용과 점심/저녁 식비를 다 제가 계산하는 걸로 합니다. 


Day 1

카우아이는 처음 가보는 섬이라 사전 조사를 좀 하고 기간이 짧은 만큼 딱 들르고 싶은 몇개의 스팟만 골라놨습니다. 아침 비행기를 타고 도착하니 오전 11시 30분이 다 되어갑니다. Hertz에서 차량을 픽업하고 점심을 간단하게 먹으러 공항 근처의 Poke집을 찾다가 Yelp에서 평이 괜찮은 The fish express에 갔습니다. 이집 아주 괜찮습니다. 공항 근처에서 간단하게 먹거리가 필요하다면 나쁘지 않을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배를 채우고 바로 Waimea canyon으로 향합니다. 트래픽은 없어서 좋은데 속도제한이 엄청납니다. 왠만하면 25-35m/h 이고, 최대 속도 구간도 50m/h가 최고였습니다. 섬은 전체적으로 참 시골시골하면서 아름답습니다. 뭔가 더 밀림의 느낌도 나고 주변이 온통 녹색이어서 다른 섬들과 좀 다른 느낌입니다. 그리고 역시 닭의 천국입니다. 길 곳곳에 rooster들이 섬의 주인인양 활보를 하고 다닙니다. 약 1시간여를 달려서 Waimea Canyon Lookout에 도착합니다. 차를 주차하고 조금 걸어 올라가면 View point가 나옵니다. 작은 Grand Canyon 느낌입니다. 멀리 보이는 폭포가 인상적입니다. 

오던 길을 따라 10-15분정도 더 올라가면 Kalalau Lookout이 나옵니다. 여기는 정말 대-박 이었습니다. 멀리 Kalalau beach와 양쪽으로 웅장하게 펼쳐진 Napali산맥이 정말 장관입니다. 이건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너무 아름답습니다. 이것만 보고 가도 후회가 없다 싶을 정도로 우리 부부에겐 만족스러웠습니다. 


Waimea canyon쪽을 올라오면서 봤던 작은 폭포를 내려가면서 들렀습니다. 붉은색 사막같은 대지위로 물줄기가 흐릅니다.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바다와 하늘이 정말 환상적입니다.



타운으로 내려와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Coconut Corner에서 코코넛 워터를 주문했습니다. 정말 제 머리보다 큼직한 코코넛을 따서 주는데 정말 시원하고 맛있게 마셨습니다. 코코넛이 크니 양도 어찌나 많던지. 친구 커플과 만나기 전에 장을 좀 보기로 합니다. Big save market에서 집에서 먹을 물, 간단한 스낵, 맥주 등등을 사서 친구 커플과 만납니다. 친구 커플이 잡은 숙소는 Waimea 해변쪽에 위치한 Waimea plantation cottages였습니다. 오래된 cottage들이 모여 있는데 내부는 무척 오래됐지만 나름 시골적인 느낌이 좋습니다. 다음날 바로 근처에서 Napali 보트 투어 예약이 되어있어서 위치는 정말 좋았습니다. 다만, 근처에 저녁 늦게까지 여는 음식점이 거의 없어서 저녁 옵션이 별로 없습니다. 첫날 저녁은 동네에서 해결하기로 합니다. Wrangler’s Steakhouse에 가서 저녁으로 생선스테이크와 비프스테이크를 먹었는데 정말 맛없고 비쌉니다. 옵션이 별로 없어서 가긴 했지만 저녁은 완전 실패했습니다. 차라리 옆에 있는 Ishihara Market에 가서 Poke를 또 먹는게 나을 뻔했습니다. (Ishihara Market은 나름 유명한 로컬 마켓이라 다음날 여기에서 Poke를 먹었는데 맛있고 괜찮습니다.)


Day 2

오전에 눈을 떠서 Waimea beach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이쪽 바다색은 짙은 모래색입니다. 나중에 보트 투어를 하면서 들은 내용인데,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들에 황토가 섞여서 이쪽 바다는 색이 이렇다고 하는군요. 그래도 공기 좋은 아침 바다를 산책하면서 사진도 찍어봅니다.


오후에 5시간짜리 Napali 보트 투어가 예약되어있어서 오전엔 적당히 아침 먹고 Poipu Beach쪽을 둘러보러 나갔습니다. 가는 길에 Tree tunnel을 지나가 봅니다. 



Poipu beach의 일단 첫 인상은 뭐랄까,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하와이 바다 중 하나랄까. 사람도 많고 그닥 특색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오래 머물고 싶은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Kauai는 시골적인 매력이 더 좋은 것 같은데 Poipu beach는 딱히 그런 느낌은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바다가 잔잔해서 사람들이 물놀이 하기에는 편할 것 같긴 합니다. 



오전엔 간단히 Poipu beach를 구경하고 돌아와서 조금 쉬었다가 2-7pm 보트 투어를 하러 나갑니다. 친구 커플이 예약한 회사로 같이 갈려고 알아봤는데 그쪽은 최대 5명이 타는 작은 보트 투어라서 이미 자리가 없어서 우리 부부는 다른 회사로 예약을 해놨습니다. 우리가 이용한 회사는 Makana chaters였는데 간단하게 샌드위치랑 음료수를 제공합니다. 이날 만났던 선장님이 아주 쿨하십니다. 다른 회사 보트들은 갑작스러운 북쪽의 Rain storm때문에 다 배를 돌리는 상황에서 거칠게 파도를 뚫고 최북단까지 올라갔다 왔습니다. 높은 파도에 정말 배 뒤집어지는 줄 알았습니다만 덕분에 정말 눈은 호강했습니다. 나름 롤러코스터도 타고 온 느낌이랄까. 아내님도 너무 무서워 하면서도 눈앞에 펼쳐지는 황홀한 자연들은 놓치지 않더라구요. Rain storm때문에 비가 거세게 내리고 파도가 너무 높고 배는 휘청거려서 무서운데도 눈은 뗄 수 없는 오묘한 경험이랄까요. 다행히 보트 투어 전에 멀미약을 먹고 가서 멀미 걱정은 없었습니다. 바람이 좀 불어서 파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었지만 북쪽의 Rain storm을 벗어난 곳은 다 햇빛 쨍쨍 날씨가 좋았습니다. 북쪽으로 올라가기 전에 스노클링도 하고 곳곳의 cave들도 다 하나씩 들렸다 내려왔습니다. 중간에 거친 Napali 절벽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떼지어 몰려다니는 Goat 무리들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무리를 지어 가로질러 가는 돌고래 가족들까지, 볼 수 있는 것들은 이날 하루에 다 본 것 같습니다. 



둘째날은 이렇게 다이나믹하게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가서 Waimea 바다의 석양을 바라보며 BBQ로 저녁을 먹습니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걸어들어가는데 하늘을 보니 별이 정말 많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들어가서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다시 나와서 별사진을 찍으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Day 3

마지막날은 North shore쪽으로 올라갔다 돌아오는 일정을 잡았습니다. 이날은 친구 커플과 함께 이동을 했습니다. 우선 아침은 간단하게 무수비와 커피로 해결합니다. Ishihara Market에서 무수비를 사고 가는 길에 작은 타운에 들려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아내님께서 찾은 작은 동네에 있는 Aloha Roastery를 들렸는데 커피도 괜찮고 동네 자체가 아기자기하니 참 귀엽습니다. 

동쪽 바다를 구경하면서 Hanalei beach에 도착했습니다. 멀리 보이는 산에서는 정말 높게 이어진 폭포가 보이고 바다는 너무 평온합니다. 여기는 정말 한번쯤 들려볼만 합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 Queen’s bath로 향합니다. Queen’s bath로 내려가는 길은 약간 steep하고 진흙이 많아 미끄럽습니다. 꼭 운동화가 필요하구요. 트레일을 따라 15-20분 정도 내려가야 하는데 아이들이 있다면 좀 힘들어 보이긴 하지만, 성인이 가기엔 솔직히 그렇게 부담스러운 코스는 아닙니다. 그리고 Parking spot이 정말 조금밖에 없어서 차들이 바깥쪽에서 사람이 나갈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도 운좋게 10여분만에 자리가 나서 파킹을 하고 내려갔습니다. 

Queen’s bath는 파도가 센 North shore에 위치한 tide pool로 보통 사람들은 하나만 있는걸로 아는데 사실 이런 물 웅덩이가 4개정도 있고 그 중 두번째에서 수영을 많이들 한다고 합니다. 근데 두번째 웅덩이는 사실 파도가 세게 들어와서 좀 위험해 보이기도 하는데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좀 더 작지만 안전해 보이는 웅덩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거기에 터를 잡고 1시간 정도 수영을 하다가 왔습니다. 처음엔 거기까지 들어오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우리끼리 완전 Private pool을 이용하듯 마음껏 놀았는데, 나중에 우리 수영하는 걸 보고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구요. 다이빙도 하고 물고기 구경도 하고 정말 이날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특히나 날씨가 좋다면 꼭 들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한가지 안타까운건, 여기서 드론을 여러 각도로 많이 날리면서 사진, 동영상을 찍었는데 괜찮은 샷들이 다 날라가버렸네요. 분명히 R을 눌렀는데 세이빙이 안 되어있는.. ㅜㅠ 



알찬 하루를 보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Salt pond park에 들려서 바다를 구경합니다. 보트 선장 얘기로는 여기도 스노클 하기에 괜찮은 스팟이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스노클링을 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식사를 하고 마지막 노을을 보고 공항으로 향합니다.



꽉채운 2박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무척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적당히 아쉬움도 있었구요. 그래야 다음에 또 와서 더 자세히 돌아볼 수 있겠지요. 아내님과 저는 카우아이가 마우이보다 좋다는 공감대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도 카우아이를 꼭 한번 다시 들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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