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rs, France


잠시 머무는 이방인과 일상을 사는 현지인

파리는 이번이 3번째 방문이었는데 그동안은 잠깐씩 들렸고 이번엔 첫 1주일 그리고 스페인 방문 후 시애틀 복귀 전 또 이틀 이렇게 머물렀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좀 많이 걸어 다니고 많이 둘러보게 되니 확실히 예전보다 더 매력적인 도시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여느 관광 도시처럼 유명한 스팟엔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활기찬 도시이기도 하죠. 매일 Day ticket을 끊어서 계속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다 보니 이젠 어느 정도 노선도 익숙해졌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가끔 거리의 악사들이 지하철 칸에 올라타서 기타 또는 멜로디언 등의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즉흥 연주들이 이루어집니다. 그들이 연주하는 멜로디는 귀에 듣기 좋습니다. 그리고 뽕짝이 아닌 이상 뭔가 여행을 하는 관광객의 처지에서 듣기엔 이국적인 느낌을 배가시켜주기도 하지요. 지금까지는 그냥 그게 다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지하철에서 신문을 읽던 노신사가 객실에 악사가 올라타서 연주를 시작하자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하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걸 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마주 편에서는 우리와 같은 관광객인 듯 사진을 찍는 무리가 있었고요. 그 장면을 보고 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잠깐 이 도시를 방문 중인 이방인에게는 이 이국적인 음악과 광경이 즐거움일 수 있겠지만 매일 일상을 살며 지하철로 이동을 해야 하는 현지인들에게는 소음일 수 있겠구나. 그 이후로 이 광경이 마냥 좋아 보이지는 않게 됩니다. 


영어? 프랑스어?

만국 공통어라고 불리는 영어입니다. 하지만 어떤 나라를 가든 그들의 나라말이 존재합니다. 특히 프랑스 같은 경우 영어를 알아도 일부러 못 알아듣는 척 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불어에 대한 자긍심이 높은 나라이지요. 근데 생각해보니 우린 너무 당연하게 상대편이 영어를 잘 알아들을 거라고 단정을 짓고 말을 걸 때가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하는 여행자로서 그 나라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단어, 문장 정도는 알고 소통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습니다. 길을 물어볼 때 처음부터 상대방도 영어를 쓸 거라고 너무 당연하게 단정하고 무지막지하게 들이대는 것보다는 최소한 ‘Do you speak English?”라고 한번 물어보고 대화를 시작하는 게 예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근데 확실히 예전보다 사람들이 영어를 꽤 잘한다는 인상을 받기는 했습니다.) 


즐거운 대화 그리고 Cash only

Chez Omar라는 모로칸/메디테라니안 음식점에서 쿠스쿠스라는 음식을 먹으러 갔을 때입니다. *** 출신이라는 (아.. 출신 국가를 까먹었습니다.) 사장님이 우리 자리로 와서 말을 걸어서 재밌는 대화도 나눴고요. 그 사장님은 현재 한국의 남/북 상황에 대해서 아주 관심이 많으신 분이었습니다. Originally from S.Korea라고 소개를 하니 거기 대통령이 지금 북한 방문 중이지 않냐면서 (그날이 아마 9월 18일인가 그랬을 겁니다.) 현재 남/북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더군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약간은 정치적인 의견을 주고받게 됩니다. 그 사장님은 자기가 보기에 현재 한국의 대통령이 남북문제와 관련해서 일을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한국도 통일하게 될 거라면서 독일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개인적으로 문 대통령에게 재외투표로 한 표를 던졌던 사람으로서 외국인에게 이런 평가를 들으니 좀 뿌듯한 마음도 있습니다. 여하튼 아주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대화를 마무리하면서 즐겁게 식사를 하라며 자리를 피해 주는 적절한 센스도 좋습니다. 쿠스쿠스라는 음식은 처음 먹어보는데 무척 부드럽고 가볍습니다. 추천해준 양고기도 냄새가 적당히 잡혀있고 부드러웠고요. 와인도 한잔하고 맥주도 마시고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계산을 하려고 카드를 꺼내니 이 식당에서는 카드를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뎅…) 그러더니 메뉴 밑에 아주 깨알 같은 손글씨로 현금만 받는다고 써놓은 부분을 보여줍니다. 난감하게도 현금이 40유로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음식값은 55유로 정도 나왔습니다. 난 ATM이라도 찾아서 다녀와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사장님이 그럼 그냥 40유로만 주고 가라고 합니다. 그냥 그럴 수는 없어서 40유로와 지갑에 들어있던 USD 10달러를 더 얹어주면서 연거푸 미안하다고 말을 하니 괜찮다며 잘 가라고 인사를 합니다. ‘전에 왔을 땐 파리 인심이 이렇지 않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가게를 나왔습니다. 겉으로 막 친절해 보이지는 않지만, 무척 정감 있는 사장님(츤데레라고 해야 하나요..) 덕분에 맛있는 식사를 조금 싸게 하고 나왔습니다. 나중에 다시 들려서 나머지를 페이하려는 생각을 잠시 했었으나 결국 실현되지는 못했습니다. 


룩셈부르크의 아담 아저씨

11년 전인 2007년 초여름,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에 합류하면서 미국으로 처음 일을 하러 나왔을 때 함께 일을 하게 된 한국 사람이 있습니다. 나이는 저보다 3살정도 많은데 그 당시 이름으로만 부르며 서로 존댓말을 쓰던 사이였지요. 그 이후로도 10년이 넘도록 계속 **씨, 아담 아저씨로 부르면서 계속 존댓말을 쓰는 아주 특이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아담은 그분의 그 당시 영문 이름이었고 어쩌다 보니 몇 있는 한국 직원들 사이에서는 ‘아저씨’라는 호칭이 붙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서먹한 사이도 아닌 아주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지요. 여하튼 그 이후로 아담 아저씨는 한국으로 복귀했다가 우연한 계기로 유럽으로 나가게 되었고, 이젠 룩셈부르크에 정착해서 가족들도 다 그쪽으로 이사를 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럽으로 여행을 하게 되면 꼭 날을 빼서 룩셈부르크를 들르게 되었고, 4년 전에 아담 아저씨 가족들과 2주 동안 유럽 캠핑 여행을 함께 하기도 했었지요. 제가 결혼한 이후로는, 작년에 런던을 갔을 때 처음으로 와이프를 소개하려고 했었는데 제때 비행기를 못 타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아담 아저씨 가족과의 런던 만남이 무산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엔 우리가 룩셈부르크를 들러서 아담 아저씨 집에서 BBQ를 해 먹기로 했었지요. 여행 2주 전에 무척 싸게 TGV 파리-룩셈 편도 티켓을 이미 끊어놓은 상태였습니다. 출발하는 날 아침 이른 기차라서 아침 일찍 준비하고 부랴부랴 기차역으로 나갔는데 생각보다 좀 늦어서 출발 10분 전에야 도착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근데 아무리 찾아도 플랫폼 정보를 찾을 수가 없어서 Information에 물어보니 룩셈 가는 기차는 여기서 출발을 안 한다고 합니다. 그건 옆에 있는 Gare de I’Est 역에서 타야 된다는데 정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일단 캐리어를 끌고 전속력으로 달렸습니다. 기차 출발 1분 전에 땀을 흘리며 플랫폼에 도착을 했는데 들어갈 수 없다고 합니다. 기차 출발 5분 전부터는 탈 수 없답니다. 기차는 아직 눈앞에 있는데.. 저희와 같은 처지의 몇몇 여행객들이 엄청 항의했지만 결국 다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결국, 2시간 후에 있는 다음 기차를 정상 가격으로 다시 티케팅을 해야만 했습니다. 아담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어서 아무래도 작년 런던부터 만나려고 하면 뭐가 꼬인다고, 보지 말라는 거 아닌가 싶다고 했더니 저에게 **씨가 도착하는 시간에 여긴 비가 내릴 예정이라면서 ‘요즘 날씨 참 좋았는데 **씨가 오니깐 비가 오는군요” 이럽니다. 그러더니 대뜸 자기 아이왓치 샀다고 맥락 없는 자랑을 시작합니다. 전 아담 아저씨의 이런 엉뚱함이 참 좋습니다. 


(망상) 기타에서 테러가 난다면

룩셈부르크로 향하는 TGV 열차에 앉아서 풍경을 구경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기차에 오르기 전에 짐 체크를 따로 하지 않는데, 혹시 테러리스트가 나와 같은 칸에 있다면, 그 테러리스트가 러기지 안에서 총을 꺼내 발포하기 시작한다면, 나에게는 어떤 옵션이 있을까. 그냥 냅다 돌진해서 머리로 헤딩을 해야 하나 아니면 최대한 안 아픈 곳으로 총을 받아내야 하나. (허벅지나 엉덩이 쪽이랄까) 총을 맞아본 적이 없으니 상상 또한 불가능합니다. 문득 또 이런 생각을 합니다. X-man의 프로페서X처럼 상대방의 행동을 독심술로 제어할 수 있다면 어떨까. 스타워즈에서 제다이가 포스를 이용해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처럼 “나는 이 총을 내려놓을 것이다. 그리고 뒤돌아 나갈 것이다”를 상대방의 머리에 주입하고 그대로 행동하게 하는 것 말이죠. 근데 이런 상상을 하다 보니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만약 내가 제다이와 같은 독심술을 할 수 있고, 영어로 상대방의 머릿속에 위와 같은 명령을 주입해야 하는데 만약 테러리스트가 불어밖에 할 줄 모른다면?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독심술로 제어할 수 있을까? 이런 잡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동안 룩셈부르크에 도착했고, 우려했던 테러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사람 구경이 제일 재밌는 관광

룩셈부르크 방문을 마치고 스페인으로 바로 이동해서 1주일을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애틀로 복귀하기 전에 다시 파리로 와서 이틀을 더 보냈는데, 비행시간을 빼고 실제로는 만 하루를 파리에 머무르는 셈이 되었습니다. 지난주에 이미 가고 싶었던 곳들은 다 돌았고, 마지막 하루는 그냥 맛있는 거 먹고 앉아서 멍을 좀 때려보기로 합니다. 미션 임파서블에서 톰 크루즈와 그 여주인공이 만났던 장소, 루브르 박물관 옆의 공원에 있는 한 카페에 앉아서 사람들을 구경했습니다. 다른 유럽에서 온 사람들, 딱 봐도 파리지앵 같은 멋쟁이들, 정말 사람들만 쳐다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앉아있을 수 있습니다. 새삼 파리지앵들의 패션은 확실히 눈에 띈다는 걸 알게 됩니다. 파리가 독특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에 분명히 파리지앵들의 패션과 스타일이 한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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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방문했던 장소들은 google map에 간단한 노트와 함께 저장해놨습니다. 

혹시나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https://drive.google.com/open?id=1raTjXAQ3fE4u6sXJcFEgcA1LSBfpjikI&usp=s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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