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나는 당신을 몰라요. 기사가 당신을 다 말해 준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신문 기사에는 사실은 있는데 사실을 만들어낸 사실은 없어요. 사실을 만들어낸 게 진짜 사실인데 사람들은 거기에는 관심이 없어요. 사실은 행위 전에 이미 행위의 의미가 생겨난 것인데, 내가 어떤 사람을 죽이려고 칼로 찔렀는데 하필이면 그의 목을 감고 있던 밧줄을 잘라서 그가 살아 나온 경우와 내가 어떤 사람의 목을 감고 있는 밧줄을 자르려고 했는데 그 사람의 목을 찔러버리는 거.... 이건 너무나도 다른데, 앞의 사람은 상장을 받고 뒤의 사람은 처형을 당하겠죠. 세상은 행위만을 판단하니까요. 생각은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도 없고 들여다볼 수도 없는 거니까. 죄와 벌이라는 게 과연 그렇게나 타당한 것일까. 행위는 사실일 뿐, 진실은 늘 그 행위 이전에 들어 있는 거라는 거, 그래서 우리가 혹여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거.... 당신 때문에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거지요. 생각해보았는데 누가 지금 나에 대해 기사를 쓴다면 나는 당신보다 형편없을 수도 있어요. 문유정이라는 여자는 세 번이나 자살을 기도했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데도 또 자살을 기도했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끝, 인 거에요..."
- 본문中  p. 205



이 책을 읽고 새삼.. 사형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본다..
과연 인간인 그들을 세상에서 영원히 격리시키는 의무가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 타당한 것일까..
그렇다고 수 없이 많은 산사람의 가슴을 파헤쳐놓은 흉악범들에게도 살 권리를 인정해 주는것이 타당한 것일까. 그리고, 그들의 생각과 행위를 인간의 판단으로 규정 지을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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