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한 캠핑장에서 나와 일행은 4일을 머물렀다. 내 바로 옆에는 어떤 노부부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부부는 매일 저녁 사랑을 속삭이고, 키스를 하고, 행복한 웃음소리를 들려주었다. 자글한 주름과 낮은 목소리까지 모두 아름다운 선과 멜로디 같았다. 난 그 노부부가 너무 사랑스러웠고 그들이 부러웠다.

이 사진은 캠핑장의 파이어 플레이스에서 뭔가를 속삭이던 다른 노부부의 모습이다. 이번 여행 중에 찍었던 사진 중에서 가장 애착이 많이 가는 사진이다. 난 내가 결혼을 한다면 저들의 나이에 딱 저들과 같은 행복을 공유할 누군가와 함께이고 싶어서 하는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내 생각과 같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 바람을 피우는 노인들’일 거라거나 ‘데이트 중인 나이가 든 연인’일 거라고 보는 시선들. 오랜 세월을 함께 산 부부에게는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래, 그들의 말처럼 그게 진짜 현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래 산 부부가 저렇게 둘이서 행복할 수 있다는 건 영화에서나 가능하지. 그렇지 않다는 게 현실이야. 부부 생활이라는 건 절대 저들처럼 될 수 없어’ 라는 건 나에겐 받아들이기 참 가혹한 이야기다. 정말 만에 하나 그게 세상에 존재하는 오직 하나의 현실이라고 해도 ‘너도 저들처럼 행복할 수 있을 거야’, ‘우리도 이렇게 행복하게 늙어 갈 거야’ 라고, 그렇게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고 하고 싶다. 항상 희망을 얘기하는 건 실제로 그것에 다가가는 한 걸음이기 때문이라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놓고 아직도 순진하고 세상을 잘 모르는 거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뭐래도 상관없다. 난 냉소적으로 ‘현실은 그렇지 않아’라고 얘기하는 것보다 내 나이가 40, 50이 넘어도 ‘너는, 우리는 항상 행복할 거야’ 라고 말하는 것이 언제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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