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떠보니 시애틀에 오랜만에 비 같은 비가 내리고 있다. 원래 시애틀의 겨울은 이런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워낙 좋은 겨울 날씨만 보다가 문득 비가 내리는 걸 보니 마냥 행복하고 즐거운 꿈을 꾸다 문득 잠에서 깨어 진짜 현실과 마주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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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책 제목을 들어 본 적은 있었으나,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이번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원래는 추리 소설을 많이 써왔다고 하는데, 내가 처음 접한 하가시나 게이고의 작품은 너무도 따듯하고 정감있는 책이 되어버렸다. 역시 추리 작가답게 모든 이야기는 치밀한 시나리오 하에 다 엮어져 있으며, 어떤 일들도 이유가 없이 일어나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치밀한 디테일을 참 좋아하는 편이라 즐겁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나서 나에게 남은 것들: 사실 진짜 자신의 고민을 깊이 있게 생각하다 보면 결국 답은 자신이 다 가지고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 질문하고 물어보는 행위는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답이 옳다는 확신을 받고 싶기 때문인 것.(실제 그럴 때가 많았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하는 나의 진심이, 그 누군가에게는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런 작은 연결들이 세상을 더 살만한 곳으로 바꾸어가는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책을 읽으면서 또 한가지 되새기게 된 것은, 언제나 맥락이 중요하다는 것. 고민 상담도, 어떤 사람의 이야기도 단편적인 부분으로 판단하면 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려고 되물으며 노력하는 부분이 좀 더 진지한 대화의 시작이 아닌가 싶다. (뻘(?).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할 때에도 맥락은 정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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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미 몇 개의 여행 일정이 있음에도 항상 월초가 되면 expedia에 들어가서 여러 도시의 티켓을 검색하는 버릇이 언젠가부터 생겼다. 대게는 그냥 그렇게 검색하는 것 자체가 설레서가 큰 이유지만 가끔 계획 없이 덜컥 예약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그렇게 즉흥적으로 덜컥 예약해 버리게 돼도 이내 설렘으로 여행을 준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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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책을 손에 쥐었을 때 내가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시할 수 있는 줄갈피가 이미 있는 책들이 참 좋다. 아무 생각 없이 차를 몰고 나왔는데 기름이 아직 충분히 있어서 내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주유소에 들를 필요 없이 운전할 수 있는 기쁨 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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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2000년대 초반부터 뭔가를 계속 끄적거리며 내 생각과 일상을 표현했던 가장 훌륭한 도구이자 나의 개인사를 아직 일기처럼 보관하고 있는 나만의 연대기이기도 하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간단하게 일상을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뭔가 긴 글을 적어야 할 것 같은 블로그는 그야말로 찬밥이 되었고, 언젠가부터 그냥 이렇게 방치되어갔다. 그래서 가끔 내가 쓴 글들을 읽다 보면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하며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만큼 내 생각도 세월과 함께 수없이 많은 가지를 치며 다른 형태로 자라온 거겠지. 그리고 어떤 가지들은 이미 잘려져 나가고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겠지. 블로그에 뭔가를 계속 끄적이며 생각을 정리할 때에는 지금보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다양했었다는 생각을 한다. 뭔가를 정리하고 표현하는 습관이 나의 정체성을 더 확고하게 만들어줬던 것 같기도 하고. 


뇌는 계속 진화하고 적응해간다. 그것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이제 난 아이폰에 너무 많은 걸 의존하게 되었고, 직접 기억하려는 뇌의 기능은 점점 퇴화하는 느낌이 든다. 나만의 철학과 생각으로 발전시켜가던 나의 정체성은 그냥 모든 사람에게 무난히 끼워 맞춰지는 하나의 부속품이 되어갔던 것 같기도 하다. 오랜만에 예전의 글들을 읽다가 보니 10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나와 어딘가 많이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갑자기 좀 불편했다. 그때보다 뭔가 더 좋아진 것만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삶의 질, 환경, 그 외 많은 것들이 훨씬 좋아졌다. 하지만 나의 진정한 정체성은 어디에선가 길을 잃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냥 내 생활 수준을 계속 맞추고 높이는 기술만 늘어간 게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봤다. 오늘 난 내 블로그로 시간 여행을 잠시 다녀왔다. 그리고 지금의 나와는 사뭇 다른 과거의 내 모습들을 만나고 왔다. 뭐가 바로 바뀌는 건 없겠지만, 처음 내가 익숙한 세계를 떠나 더 넓은 세상을 만났던 때와 같은, 약간은 불편하지만 그러면서도 신선한 청량감, 이 자극을 일단 기억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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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난 어릴 때부터 우주에 대한 동경이 정말 많았다. 어릴 때 ‘우리가 사는 지구’나 ‘행성의 비밀’ 같은 제목의 그림책들을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걸 부모님도 아셨던 건지 과학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다 주셨었다. 90년 초부터 집으로 매월 배달되던 내셔널지오그래픽 영문판에 우주와 관련된 사진들이 있으면 정말 자세히 들여다보곤 했다. 제일 기억에 남으면서도 즐겨봤던 만화를 꼽으라면 단연 ‘우주선장 율리시스’였다. 80년대 만화임에도 아직도 기억 속에 제법 생생하게 남아있는 일화들이 몇 있을 정도다. 우주의 여러 행성을 돌아다니며 펼쳐지는 율리시스 선장과 선원들의 모험 이야기가 어린 나를 항상 흥분시켰다. 내가 성장하면서 하늘을 많이 쳐다보고 별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많이 다녔던 이유에는 나의 어린 시절의 이러한 관심사들을 떼 놓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심지어 내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할 곳을 내가 고를 수 있다면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그 고요 속에서 죽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다고 친구들에게 공공연히 말하고 다닐 정도였으니, 이쯤 되면 내가 지금 천문학자가 되지 않은 게 기이한 일일 수도 있다. 시애틀로 이사 오기 바로 전에 살았던 LA에서, 난 그저 별을 보기 위해, 별을 담기 위해 홀로 사막 여행을 많이 다녔다. 은하수가 보이는 밤하늘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생각했고, 몇 시간이든 그냥 바라보고 있을 정도로 그 밤하늘을 동경했다. 글과 함께 올린 사진은 여행 중에 내가 담은 밤하늘 중 하나이다. 내가 죽기 전에, 이 땅에서 바라본 저 밤하늘이 아닌, 저 위에서 바라보는 지구와 다른 우주를 경험해볼 수 있다면, 난 아마 남은 소원이 없을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다음엔 꼭 은하수를 담아와야지. 


그래, 인터스텔라를 본 이후 난 계속 우주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1호 우주인 선발 이벤트에 응모라도 했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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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태어나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이라면 이른바 ‘군대 트라우마’를 평생 극복할 길은 없는 것 같다. 지난밤에는 지금까지 꿨던 ‘군대 다시 가는 꿈’ 중에서 가장 사실적이고 생생한 꿈을 꿨다. 난 루시드 드림, 일명 자각몽을 많이 꾸는 편이다. 내가 지금 꿈속에 있다는 걸 자각하고 있는 꿈 말이다. 하지만 간밤의 군대 꿈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현실 그 자체였다. 내무반에 모인 사람들은 왜 법이 이렇게 바뀌어서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 재소집되어 현역으로 다시 복무해야 하는지에 대해 수군거렸다. 그러면서 관물대의 각을 잡는 것을 자랑하기도 했다. 눈을 떴을 때 이 모든 게 꿈이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난 어제저녁, 그렇게 또 군대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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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네이트 기사를 살펴보는데 종종 동영상이 첨부된 기사들이 올라온다. 그럼 여지없이 '해외 거주자는 시청하실 수 없습니다'라는 경고창이 나타나고 OK를 클릭하면 이전 페이지도 아닌 전혀 관심 없는 뉴스 홈으로 강제 이동을 시켜버린다. 난 최신 뉴스 리스트를 보고 있었는데, 강제로 홈으로 이동해버리니 우측의 리스트도 다 사라져 버린다. 무엇보다 난 동영상엔 관심이 없었다. 그냥 기사를 보고 싶었을 뿐인데 해외 거주자라는 이유만으로 기사를 읽을 권리조차 박탈당한다. (해외에선 네이트 TV 버퍼링 느려서 잘 볼 수도 없다.) 이럴 경우 동영상 플레이어 자체에만 IP에 따른 Block 기능을 넣어놔야 하는 것 아닌가. 여러 가지 Use Case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하시길 바란다. 







언젠가 웹 서칭을 하다가 "작은 농담들을 던져 놓고 그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매번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면 절대로 지속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없는 상황이니 더 가까워지기 위해 에너지를 쏟지 말라"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났다. 글의 요지는 작은 농담마저 통하지 않는 관계라면 기본적으로 코드가 맞지 않으니 다른 것들도 맞춰 볼 필요조차 없을 거라는 얘기다. 뭔가 조금 극단적이기도 하지만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인간관계의 '코드'라는 것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이 문장을 사실 나는 동감한다. 아울러 문자를 보내면서 두꺼운 손가락 덕분에 연신 오타를 생산해 내는 멋쩍은 상황에서도 오타들을 교정해주지 않아도 다 한 번에 이해하고 답변하는 그런 고마운 친구란, 순간 다시 타이핑을 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을 넘어 때론 일종의 감동마저 선사하기도 한다. '저걸 알아들었어?'


위의 글을 떠올리다가 문득 일본에 사는 송군이 생각났다. 말 그대로 '아' 하면 '어' 한다는 게 통했던 그 친구는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코드가 잘 맞았던 가장 소중한 친구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니 연락도 자주 하고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 계속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락을 계속 할 사람들과 안 할 사람들이 나뉜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었는데, 역으로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있을 것이다. 서로가 어떤 카테고리에 들어가게 되었든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있을 현재의 나의 사람들을, 내 농담을 이해하고 내 생각과 가치관을 이해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잊고 살았던 모든 소중한 관계에 대해 잠깐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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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은 굳이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해도 눈에 보이기 마련이다. 서로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가끔은 표현하고 싶은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에둘러 완곡한 표현으로 위장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 내는 사랑의 표현들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사랑에 빠진 자신들은 정작 볼 수 없는 그 감정의 띠가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들이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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