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애틀에, 그리고 나의 여자 친구는 라스베거스에 살고 있었다. 난 몇 개월 전에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했고, 그렇게 우리는 약혼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지인과 사업을 구상 중이었지만, 나의 직장이 있는 시애틀로 옮기는 것에 동의했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살게 되었다.
그녀는 그녀의 소중한 물건들과 차를 시애틀로 가져오고 싶어 했다. 시애틀에서 라스베거스는 비행기로 약 2시간 반, 그리고 차로는 약 17시간 정도가 걸리는 거리다. 그녀의 차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시애틀에서 베가스는 비행기로 이동하고, 그녀의 짐과 함께 차로 2박 3일의 일정으로 시애틀로 돌아오는 로드트립을 하기로 한다.
2016년 4월의 여행기이다.
난 주로 Alaska 항공을 이용한다. 여기엔 아주 명확한 이유가 있다. 다른 여러 미국 내 항공사에 비해 Alaska는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걸로 유명하다. Alaska가 시애틀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시애틀발 비행기 역시 항상 깨끗하고 서비스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Alaska의 마일리지 프로그램은 타 항공사에 비해 월등한 점도 있다. 하지만 베가스행 편도 티켓은 Delta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작년에 Delta를 이용하는 여행을 하나 취소하면서 받은 크레딧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Delta와는 악연이다. Delta를 이용할 때마다 항상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긴다. 비행기를 놓친다던지, 연착이 심하다던지, ID를 놓고 와서 집에 되돌아 갔다 와야 했다던지. 그래, 대부분 내 실수였지만, 우연찮게도 Delta를 타게 될 때만 항상 이런 실수가 일어난다. 이러다 보니 정이 안 가는 건 사람이라 어쩔 수가 없다.
오늘 그 징크스를 깰 수 있기를 바라면서 비행기에 오른다. 그리고 베가스로 향한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기만 한 하늘 아래로 수 없이 많은 산들 중에 혼자 우뚝 솟아 있는 큰 산이 보인다. 모양을 보니 시애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Mt. Rainier는 아닌 것 같지만 이 순간 하늘에서는 제일 돋보이는 단 하나의 산이다.
저녁 9시가 다 되어갈 무렵 베가스에 도착했다. 게이트를 나오자마자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확실하게 각인시켜주는 슬롯머신들이 나를 반겨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베가스 사인. 나도 체크인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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