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처음 접한건 영화 제목으로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당시 접했던 영화 평들은 다들 괜찮은 편이었던 기억이 난다.

새로운 양장본 시리즈로 나온 가즈키의 시리즈를 하나씩 보는중이다.
GO 는 사실 몇주전에 읽었는데.
지금에서야 책 이야기를 풀어놓게 됐다.

재일조선인인 스기하라와 순수 일본 혈통인 사쿠라이의 러브스토리가 전체적인 토대이지만
가즈키는 주인공의 정체성과 한.일간의 역사성에 대한 다소 무거울수 있는 주제들을
정말 경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어색하지도 않으면서..
아마도 가즈키 스스로가 재일교포로서 어렸을때부터 고민하고 느껴왔던 정서들과
그만의 독특하면서 발랄한 문체들의 황금비율이 이루어진게 아닐까 싶다.

조만간 영화를 볼 생각이다.

mins.

"난....., 나, 일본 사람이 아니야."
10초나 그 정도에 불과한 침묵이었을 텐데 내게는 몹시 길게 느껴졌다.
"......무슨 뜻이야?"
사쿠라이가 물었다.
"말한 그대로야. 나의 국적은 일본이 아니야."
"......그럼, 어딘데?"
"한국."
사쿠라이는 내게로 뻗고 있던 두 다리를 윗몸으로 끌어당겨 접고는 무릎 앞에 두 손을 깍지끼고 앉았다. 사쿠라이의 몸이 아주 작게 느껴졌다.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조선 국적이었어. 앞으로 석달 후에는 일본으로 되어 있을지도 모르고. 1년 후에는 미국으로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 죽을 때는 노르웨이일지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사쿠라이가 억양 없는 밋밋한 목소리로 물었다.
심장이 빠르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국적 따위 아무 의미도 없다는 소리지."   - p.198
.
.
.
"...... 아빠는 한국이나 중국 사람들은 피가 더럽다고 했어."
충격은 받지 않았다. 그것을 단순히 무지와 무교양과 편견과 차별 때문에 튀어나온 말이었을 테니까. 그 엉터리 같은 말을 부정하기는 무척 쉬운 일이었다. 나는 말했다.
"너는, 사쿠라이는, 어떤 식으로 이 사람은 일본 사람, 이 사람은 한국 사람, 이 사람은 중국 사람이라고 구별하지?"
"어떤 식으로라니.......?"
"국적? 아까도 말했지만, 국적 따위 언제든 바꿀 수 있어."  - p.200
.
.
.
"그렇다면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너네 가족은 술 못 마시지?"
사쿠라이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말을 계속했다.
"현대 일본 사람들의 직접적인 조상이라 여겨지는 죠몬인 중에는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 이건 DNA 조사에서 밝혀진 사실이야. 그러니까 그 옛날의 몽골로이드는 모두가 술을 마실 줄 알았다는 얘기지. 그런데 약 이만오천 년 전 중국의 북부에서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닌 인간이 태어났지. 그 사람은 술을 마시지 못하는 체질을 갖고 태어났어. 그리고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 사람의 자손인 야요이인이 일본으로 건너와서 술을 마시지 못하는 유전자를 퍼뜨린 거야. 너는 그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이고, 중국에서 생겨난 그 유전자가 섞여 있는 너의 피는 더럽니?"   - p.202

GO 중에서..
  1. 종종 2006.05.22 20:45 신고

    재밌나보다.
    책표지도 이뻐.

    • el. 2006.05.22 22:46 신고

      응.. 이번에 가즈키 양장본 시리즈 표지가 다 괜찮더라구.

  2. 이지스 2006.05.24 08:17 신고

    영화로 보신다면, 추천해 드립니다.
    뭐랄까요? 제일동포를 소재로 영화가 별로 많지는 않은데, 그 중에서도 박치기란 영화와 좀 다르면서, 제일동포의 애환을 카메라에 잘 담은 것 같습니다. 시간 나시면, 함 보시길 권장합니다. :-)

    • el. 2006.05.27 06:08 신고

      네. 조만간 영화를 볼려구요.
      괜찮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던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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