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발단

작년 언젠가 Amex Platinum 회원에게 배달되는 Departure 매거진에서 한 호텔을 소개하는 사진과 글을 와이프가 보게 됩니다. 멕시코는 Cancun과 Los Cabos를 다녀왔던 터라 이번엔 Tulum쪽을 한번 가볼까 고민하던 차였으나 매거진에 소개된 Punta Caliza라는 호텔을 본 순간 우리의 다음 멕시칸 목적지는 Isla Holbox로 정해집니다. 작년 초에 AA citi와 AA Barclay 카드를 통해 받아놨던 AA마일을 이용해서 여행을 계획합니다. 시애틀-캔쿤 1인당 편도 15k씩 써서 총 60k로 왕복 발권을 하고 사인업 보너스로 받은 나머지 AA마일은 다음에 또 캔쿤이나 하와이 여행 때 쓰는 용도로 남겨놨습니다. 그리고 Punta Caliza 호텔은 Expedia에서 포인트로 할인을 좀 받아서 4박 5일로 예약을 했습니다.


생각 외로 험난한 여정

Holbox(홀박스 아닙니다. 홀보쉬라고 부릅니다.) 섬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Cancun으로 도착해서 여기에서 버스 또는 셔틀을 타고 Chiquila라는 동네로 이동한 다음에 페리를 타고 들어가는 루트밖에 없습니다. Cancun 공항에서 Chiquila까지 차로 약 2시간, Ferry는 15분이 소요됩니다. AA를 이콘+원스탑 조합으로 Cancun 도착해서 또 2시간 차량 이동은 솔직히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일반 버스가 1시간 간격으로 다니기는 하는데, 돈을 좀 쓰더라도 셔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정신 건강상 바람직합니다. 저희는 2명 $288 USD로 door to door 서비스를 제공하는 셔틀을 예약해 놔서 공항에서 바로 마중을 나온 기사를 만나서 호텔까지 이동했습니다. 


Isla Holbox

아마도 많은 분에게 아직은 생소한 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도 작년에 Punta Caliza라는 호텔을 발견하기 전까지 전혀 몰랐던 곳이니깐요. 근데 이곳이 지금 뜨고있는 여행지라고 합니다. 미국, 유럽에서 오는 배낭족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6월에서 10월 사이에는 Whale shark와 함께 수영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플라밍고도 볼 수 있다고 하구요. 이 섬의 특징 중 하나가 해변의 물이 엄청 얕은데 이게 정말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걸어 나가도 물이 깊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뭔가 좀 더 신비로운 바다를 연출하기도 하구요. 섬 자체는 정말 작습니다. 다운타운도 몇 블록 안 되구요. 섬에서는 자동차 통행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모든 교통수단은 골프카이구요. 택시도 다 골프카입니다. 현지 공사 차량이나 공급 차량만 통행이 허용됩니다. 무척 작은 섬이긴 한데 생각보다 구경거리가 꽤 있습니다. 골목마다 멕시코 특유의 바이브가 넘쳐나구요. 시골 사람들의 인심도 푸근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무척 안전한 섬입니다. 새벽에 돌아다녀도 아무 일 없고 혹시라도 자전거를 잃어버려도 다음날 섬 안에서 다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일단 잃어버릴 일 자체가 없을 것 같습니다. 포장도로가 없고 Wifi가 된다고 해도 속도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전화도 잘 안 되구요. 하지만 나름 맛있는 커피숍도 있고 Visa 카드를 받는 곳도 생각보다 꽤 됩니다. 많은 음심점과 가게들이 주로 해가 지면 문을 열기 시작합니다. 


날씨, 중요합니다.

4박 5일 여행하는 동안 해 구경은 딱 2번 했습니다. 정말 ‘그래, 이게 열대지방 날씨지!’라고 생각이 들었던 날은 집으로 돌아오기 전날 오전, 딱 반나절, 그리고 체크아웃하는 날 아침 몇 시간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때 해변에서 사진을 몰아서 찍었지요. 게다가 그냥 날씨가 안 좋은 거로는 모자라서 비를 동반한 강력한 태풍이 불어닥치는 바람에 순식간에 바닷물이 넘쳐서 섬 전체를 물바다로 만들어 버리기도 했습니다. 정말 쓰나미가 왔을 때의 풍경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되었습니다. 태풍이 도착할 때 타운 쪽에 있었는데 순식간에 날씨가 변하면서 순간 거리 중간이 물바다가 되어버리고 중간에 잠시 고립되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호텔로 복귀하긴 했지만, 호텔에 물이 범람하기 일보 직전인 데다가 바람이 나무를 쓰러뜨릴 기세여서 호텔이 무사할까 정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다들 전날 저녁의 태풍 얘기뿐이었지요. 우리 부부는 어디 안 다치고 잘 살아있는 게 다행이라며, 이번 여행에서 친구들에게 얘기해 줄 레어한 에피소드가 생겼다며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ATM

여행을 떠나기 전 팁을 주기 위한 용도로 1달러짜리 지폐를 많이 뽑아놨습니다. 그리고 Cancun 공항에서 ATM을 이용해서 페소를 뽑았구요. Holbox 안에서는 Visa 카드를 받는 곳들도 있지만 일단 웬만하면 카드 받는 곳이 없다고 생각을 하시는 게 마음에 편합니다. 저희도 여행 막바지에 Cash가 모자라서 좀 더 뽑으려고 했는데 ATM이 죄다 USD만 인출 가능한 기계뿐이었습니다. 리서치를 해보니 섬 전체에 약 4개 정도의 ATM이 있는데 그 중 페소를 인출하는 기계는 다운타운 중앙 스퀘어에 있는 ATM 딱 한대입니다. (Google map에서 ATM Bancomer를 검색하면 됩니다) 거기에서 마지막 날 1,000페소를 추가 인출해서 사용했습니다.


Punta Caliza

이번 여행의 동기가 되어 준 호텔입니다. 12개의 객실밖에 없고 모든 객실이 다 중앙의 수영장으로 바로 연결되는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Holbox가 전반적으로 이런 것 같긴 한데 수압이 무척 약합니다. 그걸 빼놓고는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호텔입니다. 바닷가도 가까워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도 무료로 빌릴 수 있구요. 그리고 이 호텔에는 근처에서 제일 높은 탑이 하나 자리잡고 있는데 여기에서 보이는 섬 전체적인 뷰가 참 좋습니다. 무엇보다 전 스탭이 다 가족 같은 분위기라 지내는 동안 매일 보다 보니 정이 들기도 합니다. 조식도 나오는데 Holbox 에서 다녔던 다른 음식점들과 비교해서 꽤 수준 높은 음식을 제공합니다. 객실이 별로 없다 보니 다른 객실 손님들과 저녁에 술 한잔 마시다 보면 금방 친해져서 체크아웃할 때 다들 인사들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섬 안에서의 스팟들

Playa de Holbox 해변, Punta Cocos 해변, 다운타운, Punta Mosquito 이렇게 돌아다닐 만한 코스가 있습니다. Punta Mosquito는 가는 길이 좀 험해서 날씨가 받쳐주지 않았던 이번 여행에서는 포기했습니다. 한창 시즌일 때는 여기에서 플라밍고 무리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섬이 작다 보니 Cancun이나 Tulum을 들렸다가 2박 3일 정도로 섬을 들르는 여행객들이 많아 보입니다. 그리고 아직 유명한 스팟이 아니어서 그런지 저희가 여행하는 동안 저희 말고 Asian을 단 한 명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좀 더 특별한 느낌이었달까요. 


식당

멕시칸 음식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곳을 안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음식 아주 싸지요, 퀄리티 좋지요. 저희가 들렸던 음식점 중에서 강력히 추천하는 4곳을 소개해드리자면,


- Lumma: 이런 시골 섬에서는 못 찾을 법한 트렌디한 음식점입니다. 편집샵이 바로 옆에 함께 있구요. 여러 가지 타파스가 있는데 그 중 코로케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맛이었어요. 


- Big Fish: 이 집은 타코와 세비체가 다른 집과 비교했을 때 무척 유니크하고 맛있는 집입니다. Visa 카드를 받습니다. 카드 결제 시에는 5%가 추가됩니다.


- Clandestino: 여기는 커피숍입니다. 저는 우유를 못 마셔서 라떼를 못 마시는데, 커피 좋아하는 와이프 말로는 라떼가 정말 맛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과일 스무디를 마셨는데 단맛 없이 아주 건강한 맛이었지요. 무엇보다 여기 주인장 2명이 참 친절하고 정보를 많이 제공해 주었습니다. 돌아다니다 다리 아프면 좀 쉬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 Hot corner’s bar: 이름 그대로 Holbox에서 제일 Hot한 바입니다. 여기에서 여행객들끼리 정보도 나누고 싱글 여행객들끼리 눈 맞으면 뭔가 역사적인 밤도 만들어가는듯한.. 그런 분위기입니다. 마치 Holbox의 홍대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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