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책 제목을 들어 본 적은 있었으나,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이번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원래는 추리 소설을 많이 써왔다고 하는데, 내가 처음 접한 하가시나 게이고의 작품은 너무도 따듯하고 정감있는 책이 되어버렸다. 역시 추리 작가답게 모든 이야기는 치밀한 시나리오 하에 다 엮어져 있으며, 어떤 일들도 이유가 없이 일어나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치밀한 디테일을 참 좋아하는 편이라 즐겁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나서 나에게 남은 것들: 사실 진짜 자신의 고민을 깊이 있게 생각하다 보면 결국 답은 자신이 다 가지고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 질문하고 물어보는 행위는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답이 옳다는 확신을 받고 싶기 때문인 것.(실제 그럴 때가 많았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하는 나의 진심이, 그 누군가에게는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런 작은 연결들이 세상을 더 살만한 곳으로 바꾸어가는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책을 읽으면서 또 한가지 되새기게 된 것은, 언제나 맥락이 중요하다는 것. 고민 상담도, 어떤 사람의 이야기도 단편적인 부분으로 판단하면 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려고 되물으며 노력하는 부분이 좀 더 진지한 대화의 시작이 아닌가 싶다. (뻘(?).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할 때에도 맥락은 정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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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난 어릴 때부터 우주에 대한 동경이 정말 많았다. 어릴 때 ‘우리가 사는 지구’나 ‘행성의 비밀’ 같은 제목의 그림책들을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걸 부모님도 아셨던 건지 과학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다 주셨었다. 90년 초부터 집으로 매월 배달되던 내셔널지오그래픽 영문판에 우주와 관련된 사진들이 있으면 정말 자세히 들여다보곤 했다. 제일 기억에 남으면서도 즐겨봤던 만화를 꼽으라면 단연 ‘우주선장 율리시스’였다. 80년대 만화임에도 아직도 기억 속에 제법 생생하게 남아있는 일화들이 몇 있을 정도다. 우주의 여러 행성을 돌아다니며 펼쳐지는 율리시스 선장과 선원들의 모험 이야기가 어린 나를 항상 흥분시켰다. 내가 성장하면서 하늘을 많이 쳐다보고 별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많이 다녔던 이유에는 나의 어린 시절의 이러한 관심사들을 떼 놓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심지어 내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할 곳을 내가 고를 수 있다면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그 고요 속에서 죽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다고 친구들에게 공공연히 말하고 다닐 정도였으니, 이쯤 되면 내가 지금 천문학자가 되지 않은 게 기이한 일일 수도 있다. 시애틀로 이사 오기 바로 전에 살았던 LA에서, 난 그저 별을 보기 위해, 별을 담기 위해 홀로 사막 여행을 많이 다녔다. 은하수가 보이는 밤하늘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생각했고, 몇 시간이든 그냥 바라보고 있을 정도로 그 밤하늘을 동경했다. 글과 함께 올린 사진은 여행 중에 내가 담은 밤하늘 중 하나이다. 내가 죽기 전에, 이 땅에서 바라본 저 밤하늘이 아닌, 저 위에서 바라보는 지구와 다른 우주를 경험해볼 수 있다면, 난 아마 남은 소원이 없을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다음엔 꼭 은하수를 담아와야지. 


그래, 인터스텔라를 본 이후 난 계속 우주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1호 우주인 선발 이벤트에 응모라도 했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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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오비 객원 시절부터 윤종신의 목소리는 참 매력적이었다. 그의 음악 스타일과 감수성은 어렸던 나의 마음 깊숙히 자리하기에 충분했다. 그를 오래전부터 알지 못했던 사람들은 최근 그의 예능 이미지에 '웃긴' 가수겸 예능인쯤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너의 결혼식 (1992년 솔로 2집)'이나 '오래전 그날 (1993년 솔로 3집)'을 들으며 그의 음악에 동화된 적이 없었다면 말이다.

올해 그가 계획한 새로운 싱글 앨범 플래닝. "Monthly"를 시작으로 한 '월간 윤종신'.  2곡정도가 수록된 하나의 싱글 앨범을 매 월마다 발표하는 것이다. '예능 늦둥이' 윤종신 이미지에도 잘 어울리는 참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아닌가. 매 월 하나의 싱글 앨범에 그가 준비한 음악들을 끊임없이 듣게 해준다는 그의 아이디어는 참신하면서도 참 '윤종신 스럽다'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 준다.



- Monthly (2010.03) -
1. 그대 없이는 못살아
2. 막걸리나



- 본능적으로 (2010.05) -
1. 본능적으로 (Featuring Swings)
2. 이성적으로

두번째 싱글은 하나의 똑같은 멜로디에 다른 가사와 다른 편곡으로 변화를 시도한 앨범이다. 이 역시 참신하지 아니한가!


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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