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을 하면서 많이 바뀌는 인식중에 하나가 '나이'와 '상하'에 대한 관념이다. 사실 나는 한국에서만 '문제'가 된다는 '빠른'생일을 갖고 태어난 아이다. 그래서 좀 어릴적에는, 남들 모르게 '빠른'생일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원래 생년대로 나이를 말하자니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고, 같은 학년 아이들과 같은 나이로 하자니 얘기가 오고 가다보면 뭔가 계속 구차하고 꺼림찍한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이게 대한민국의 '빠른'생년을 가진 아이들의 딜레마 중 하나일 것이다. 누군가 생년을 물어본다면 "아~ 빠른 OO생이에요"라는 말이 입에 베어있었을 터이니. (이제는 나이를 먹다보니 혹시라도 나이를 얘기하게 될 상황이 생기면, 나이에 대해 얘기할 일이 없다보니 '가만, 내가 지금 몇살이지?' 싶을때가 많고, 말하게 되도 미국 나이를 말하게 된다. 그리곤 또 까먹는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이곳에서는 정말 친한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나이에 대해서 먼저 물어보는건 대단한 실례에 속한다. 그러니 상대의 나이에 대해서는 그리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표면적으로는..) 게다가 '존댓말'이란건 없다. 그러니 나이 상관 없이 '친구' 먹는 분위기는 순식간이다.

근데 이게 익숙해지다 보니 궂이 개월 수, 1,2년 따져가면서 '니가 동생이니, 내가 형이니'하는게 참 구차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그게 중요해?' 라는 생각이 머리속 세포들을 동요시킨다.

근데 또 여기에 한 가지 변수는, 한국 사람을 대할 때랑 미국 아이들을 대할 때의 이중성이라는 것이다. '그게 중요해?' 하는 생각이 많아졌음이 사실임에도 막상 나이 어린 한국 아이들이 말이 좀 짧거나 친구 먹을려고 하면 왠지 거부감이 들고 거슬려지는 한국피가 자동으로 '작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실상 '나이'와 '상하'에 대한 관념이 그대로인 것 아니냐!'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바뀌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단지 문화적 배경과 오랜 교육의 결과로 생긴, 몸에 벤 고정관념을 벗겨내는 시간이 더딘 것 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다가 확인 한 부분은, '바뀌는 것'은 사실 나이와 상하에 대한 관념 보다는 '친구'에 대한 정의 또는 관념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친구 같은'이 아니라 정말 '친구'의 개념으로 나이를 초월한 우정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되었다고 해야할까.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어' - 이게 사실 머릿속에서는 항상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있던 내용이다. 하지만 문자 그대로 마음으로 와닿게 진실성을 느끼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 것 같다. 이제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말할 수 있을꺼 같다.

"한,두살 차이가 무슨 상관이야. 마음만 통한다면 다 그냥 친구 먹어~"

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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