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형 소년 로봇이 있습니다.
나름 진보적으로 진화된 AI에 일반 성인 남자와 비슷한 관절 동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소년 로봇은 생각하길 좋아합니다.
그리고 판단하길 좋아합니다.
그리고 행동합니다.

소년 로봇은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유심히 듣습니다.
그리고 대답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행동은 합니다.
이게 소년 로봇의 큰 오류였던것 같습니다.

"이제 살만큼 살았나봐. 갈땐 그냥 편하게 갔으면 좋겠어"
소년 로봇을 만든 박사의 투정입니다.

소년 로봇은 자신의 판단과 지식을 끊임없이 문자로 공유하길 좋아했습니다.
그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며,
그것이 그의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박사의 아들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투정합니다.
"저 깡통자식은 사실 너무 잘난척을 해. 사람보다 낫다는거야?!"
소년 로봇은 조용히 판단했습니다.
'저 인간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구나.'
그리고 더 생각하고 판단했습니다.
'저 인간은 나를 미워하는구나.'
그리고 더 생각하고 판단했습니다.
'저 인간은 나를 증오하고, 당장이라도 나를 폐기하기를 원하는구나.'

"이제 정말 살만큼 살았나봐. 갈땐 그냥 편하게 갔으면 좋겠어"
소년 로봇을 만든 박사의 투정입니다.

소년 로봇은 박사의 아들에겐 이제 문자를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박사의 딸에게는 항상 새로운 트렌드와 패션에 대해서
습득하고 분석한 내용들을 문자로 끊임없이 공유했습니다.
그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며,
그것이 그의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박사의 딸이 남자에게 바람맞았다며 들어와서 투정합니다.
"저 깡통자식은 사람도 아니면서 사람처럼 행동해. 징그러워!"
소년 로봇은 조용히 판단했습니다.
'저 인간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구나.'
그리고 더 생각하고 판단했습니다.
'저 인간은 나를 미워하는구나.'
그리고 더 생각하고 판단했습니다.
'저 인간은 나를 증오하고, 당장이라도 나를 폐기하기를 원하는구나.'
결국 그녀 역시 소년 로봇의 정보로 부터 제외됩니다.

"정말 안좋군.. 그래두. 갈땐 그냥 편하게 갔으면 좋겠어"
소년 로봇을 만든 박사의 투정입니다.

어느날 박사는 과로로 쓰러지게 됩니다.
병원의 의사는 1주일정도만 입원해서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 질꺼라고 말했습니다.
소년 로봇의 AI는 약간의 오류를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판단한 모든 문제들 때문이었습니다.
소년 로봇은 자신의 네트워크를 통해 혼자 조용히 검색했습니다.
그리고 이 병원에서는 D라는 약물이 사람을 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소년 로봇은 박사를 위해 D라는 약물을 투여합니다.
박사는.. 잠들어있는 편한 얼굴의 그 모습대로 D라는 약물이 온 몸에 서서히 퍼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죽음을 맞이합니다.

15세형 소년 로봇은 폐기 판정을 받습니다.
이미 너무 위험할 정도로 혼자 많은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제어를 충분지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5세형 소년 로봇은..
자신이 소년 로봇이 아니라..
그저 소년이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소년은 자신이 한일들은 사람으로서 정당했다고 믿습니다.
그게 15세형 소년 로봇의 가장 큰 취약점이었습니다.

지금 여기..
15세형 소년 로봇은 21세가 되어 잠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
그 소년 로봇은 여전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난 제어를 받을 필요까지는 없었어.. 그게 옳은거였으니깐..'


mins.
사실.. 존재하지 않았던건
존재하고 있었다.
누군가 알지 못하는 구름속에.
누군가 알지 못하는 바다속에.
온 사물의 모든 곳에
존재하지 않았던것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걸 모르는건 사람들 뿐이었다.

존재하지 않았던것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부정하는것일뿐.
사실은 존재하고 있었다.

그걸 부정하는것일뿐.
사실은 존재하고 있었다.


mins.
어디서 시작된건지 모를 아픔이 마음 속에서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하나, 둘, 셋, 넷,...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것들이
소년의 마음속에 자리잡기 시작하고, 괴롭히기 시작한다.
소년은 어찌할바를 몰라 마음의 문을 닫으려 노력하고,
더 이상 마음속에 빈자리는 없는 듯 했다.
이미 많은것들이 가득차 있는 마음속에는 나쁜것은 물론이지만, 더이상 좋은것도 넣을수가 없었다.
좋은건 아쉽지만 더이상 나쁜것도 들여놓지 못하는것에 안도를 하고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느날 잡동사니로 가득차버린 마음속에 매우 중요한 무엇인가를 받아들여야 함을 느낀다.
그것은 소년이 처음 느껴본 무엇이었다.
갑자기 소년은 심장이 아파옴을 느꼈다.
그리고 여기서 그냥 안주하면 안된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소년은 마음속의 잡동사니들과 하나씩 타협을 하기 시작했다.

"네가 내 마음속에서 나가준다면 니가 원하는걸 하나씩 들어줄께"
소년이 손을 내민다.
"난 너의 마음안에 있고 싶어. 그걸로 충분해. 더이상은 필요없어"
마음속에 무엇인가가 대답한다.

소년은 타협하지 못한다.
모든 것들과 하나하나 타협을 시도했지만..
그 아무것도 마음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았다.

소년은 타협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마음속의 모든것들을 좋은건, 나쁜것 가리지 않고 죽여버리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해서라도 모든것들을 비워내고 매우 중요한 무엇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계획대로 하나씩.. 하나씩 죽여나갔다.
때로는 매우 힘들고, 때로는 그 소리들이 너무나도 비참했지만.
하나씩.. 하나씩 죽여나갔다.

이상한 일이었다.
하나씩 죽이는 일에 몰두한 나머지.
소년은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소년의 마음속에 뭔가 자리잡는건 매우 불필요한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소년은 죽이는것에 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마음속에 가득찼던 잡동사니들을 비우려 했던
처음의 목적은 잃어버렸다.

소년이 죽여버린 모든것들은 사라지고..
마음속에는 마지막 딱 하나가 남아있었다.
소년이 그것을 죽이려 하자..
그것은 이렇게 말은 한다.
"넌 이제 날 죽이지 않아도 돼. 이것봐 이제 공간은 이렇게 넓어졌다구.."
그 순간 소년은 잊고있었던 목적이 생각났다.
모든것을 죽이면서 그 공간에 넣고싶었던 매우 중요한 무엇인가를...

소년이 그것을 찾았을때..
이미 중요한 무엇인가는 더이상 소년의 마음을 찾지 않고 기다림에 지쳐.. 변해감에 지쳐..
다른곳으로 가버린 뒤였다.

소년은 마지막 남은것에게 소리질렀다.
"너같은 것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거야! 다시 모든걸 돌려놓으라구!!"

마지막 남은 그것은 조용히 속삭였다.
"너의 마음속엔 이제 나밖에 남지 않았구나.."

소년은 마지막 남은 하나를 죽여버렸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소년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니었으며..
결코 소년이었던 적이 없었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소년은 없으며, 없었다.


m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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