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난 그렇게 믿고 있었다. 새해는 새해가 아니라고. 그냥 하루가 지난 것 뿐이라고. 그래서 해가 바뀌었다고 새로운 다짐을 하고 새로운 계획들을 다시 세우는 것들은 불필요한 일이라고. 2003년 1월에 썼던 글이었다. 그 때와 지금은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사실 기본적으로 새해가 특별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은 아직도 가지고 있다. 다만 이젠 해가 바뀐다는 것에 조금은 의미가 다를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해보긴 한다. 궂이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건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조금은 다르다는걸 느끼는 것일 뿐. 나이 탓인가..

지난주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낸 이후로 최악의 Homesick 을 겪었다. 우울하고 짜증나고 그것들이 정도가 심해서 친구에게 본의 아니게 심한 짜증과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이미 사과를 했지만, 다시 한 번 미안하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 그 때 나는 조금 다른 나였다고..

한 주가 바뀌면서 기분 전환을 많이 했다. 문득 해가 바뀌기 때문에 조금은 다르다는걸 느껴보고 싶었다. 2008년 마지막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내가 뭘 남길 건 없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평소에 찍었던 것과 다른 분위기의 설정 사진들을 몇 장 찍었다.


이런것도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발견했다. 그리고 쌩뚱맞지만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난 나한테 너무 못되게 굴었었어.'라는..

이제 한달 반정도만 더 있으면 서울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엔 너무 오래있었어. 친구들이 보고싶어..

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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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드디어 맥북 프로를 지르고야 말았다.
일시불로 결제를 하느라 환율이 최대한 내릴때까지 나름 기다렸다 이때다 싶어 결제를 했는데, 덴.. 사고 나서 환율이 갑자기 낙폭을 해버렸다는.... T.T
그래도 환율 적용해도 한국에서 사는 것 보다는 훨씬 싸게 샀으니 만족한다.


내가 맥북 프로를 사려고 맘먹은 계기는 Jon이라는 친구 덕분이다. 사실 이전부터 눈독은 들이고 있었으나 워낙 비싸다 보니 말 그대로 눈독만 들이고 있었는데, 아래의 이유들이 나로 하여금 지름신을 강림하게 만든 직접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으니...

1. 맥북 프로에서 돌아가는 Logic Pro의 활약은 대단했다. 요즘 주말을 이용해서 Jon이라는 친구와 음악 작업을 같이 하고 있는데, 그 친구가 Logic Pro를 다루는 모습을 보다가 '그래 맥북을 사야해'라는 '사명감'이 생겨버렸다.
2. 아이팟 터치를 사용하면서 애플의 GUI에 너무나도 감동을 하고 있던 터였다. 한 번 맛들이면 다른 어떤 UI도 불편해져 버리는 중독성. 맥북 프로가 아이폰과 똑같은 멀티 터치 패드를 제공한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었다.
3. 디자인.. 디자인.. 디자인.....
4.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션과 맥을 떨어뜨려 놓을 수 없다.
5. 그래. 일단 뽀대 완빵이다..

처음에 계속 눈여겨 봤던건 역시나 이번에 새로 나온 뉴 맥북 프로였지만, 가격대가 만만치 않았다. 최고 사양은 한국에서는 거의 400만원에 육박했고, 여기서 환율 따져서 사도 360만원대정도.. 그러던 차에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꼭 '뉴' 맥북 프로를 사야 하냐고 자신에게 자문도 해보고 정보를 이리저리 알아보던 차에 내가 만약 '뉴' 맥북 프로를 산다면 이유가 뭘까에 대해서 자문해 보았다.

1. 쌔끈한 알리미늄 유니바디
2. 4손가락까지 사용 가능한 멀티 터치 패드

1번도 많이 끌렸지만 사실 2번이 더 끌리는 부분이었다. 근데 '뉴' 맥북 프로 바로 이전 모델이 3 손가락 멀티 터치 패드가 적용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맥북 스토어 미국 사이트에서 refurbished 모델로 매우 저렴하면서 신품보다 스펙이 좋은 아이들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물론 미국내에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refurbished 모델은 디스플레이 되었던 제품이나 누군가 구매했다가 단순 변심 또는 기타 고장 이외의 사유로 반품된 제품을 리패키징해서 가격을 다운시켜서 파는 모델이다. 많게는 $600 이상 저렴하게 같은 모델을 구입할 수 있다.

Intel core 2 duo 2.4Ghz의 뉴 맥북이 $1,999인 반면, 2.5Ghz의 멀티 터치 패드를 지원하는 바로 전 모델의 맥북 프로가 $1,499 였으니, 이미 마음은 이 녀석에게로 꽃혀 버린것. 결론적으로 내가 포기한건 '쌔끈한 알리미늄 유니바디' 하나이다. 하지만 나름 선택에 대한 기분 좋은 합리화를 하자면, 이번에 새로나온 뉴 맥북과 뉴 맥북 프로의 경우 둘 다 디자인이 같아서 맥북 프로의 디자인적인 차별화가 없는 반면 바로 전 모델까지는 그냥 맥북과 맥북 프로와의 디자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나름 기분 좋을 수 있다는. ㅋ

맥북 프로가 도착한날 처음 부팅을 하며 기념샷

1주일 동안 모든 업무 관련 자료 및 개인적인 자료들까지 맥북 프로로 다 옮기는 것을 거의 마무리 했다. 역시 애플의 GUI는 10점 만점에 9.5점 이상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한 번 잘 쓰기 시작하면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게다가 언어 지원에서 모든 세팅까지 복잡한 것 없이 어찌면 이렇게도 유저빌리티에 신경을 썼는지.. 이래서 'UI에 막대한 돈을 투자했다는 애플 답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나오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것 저것 프로그램도 깔고 커뮤니티에서 정보들도 습득하고..

앞으로 한동안은 맥북 프로와의 사랑에서 헤어나오질 못할 것 같다. >_<

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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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여기 저기에서 나오는 기사들을 보다가 '어떤 드라마이길래'라는 호기심과 약간의 기대반에 뒤늦에 이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앗.. 근데 이 드라마 내 스타일이다. 대사 좋고, 연기 좋고, 에피소드들도 마음에 들고.. 내가 이 드라마를 소장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된 건 리얼리티도 좋지만, 드라마를 보는 동안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들의 행동과 심리들이랄까. 참 이럴땐 드라마를 보다가 내 안에 잠재되어있는 감성적인 모습들이 주체할 수 없이 표출되면서 스스로 당황스러울때도 있다. 

중년 배우들의 리얼리티 팍팍 묻어나오는 자연스런 설정과 연기도 마음에 들고, 지오와 준영의 독백들을 통해 공감하고 생각할 수 있는 이 드라마가 참 사랑스럽다. 또 매 회마다 에피소드의 주제를 제시하는 소제목들도 어찌나 잘 뽑아내는지... 저번에 기사를 보다가 이 드라마를 '온에어'랑 비교하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 드라마는 '온에어'랑 비교할 드라마가 아니라고 본다. 이건 제목 그대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이고 그 안에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나의 사는 이야기들이 각각의 캐릭터에 녹아들어가 있다. 그리고 그 배경이 방송국일뿐, 전반적으로 '온에어'와 비교할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준영역의 송혜교 역시 연기 참 잘하더만 왜 논란이 됐었는지.. 오히려 난 송혜교의 이전 작품들은 잘 모르지만 이 작품으로 배우 송혜교에 대해서 처음 알게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이유는 저마다 가지가지다. 누군, 그게 자격지심의 문제이고, 초라함의 문제이고, 어쩔 수 없는 운명의 문제이고, 사랑이 모자라서 문제이고, 너무나 사랑해서 문제이고, 성격과 가치관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어떤 것도 헤어지는 데 결정적이고 적합한 이유들은 될 수 없다. 모두, 지금의 나처럼 각자의 한계일 뿐.." - 지오의 독백
공감하고 추억하고 생각할 수 있는 이 드라마.. 참 마음에 든다.

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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