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 이야기의 글에서 비폭력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에 대한 글을 보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많은 서적이나 고언들을 통해 화난 사람이나 감정적으로 격해있는 사람과 싸우려 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을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러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문화와 개인성에 따라 차이가 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대체로 성격 급한 한국 사람들에게 이런 비폭력 대화가 통할 수 있는 상대가 얼마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다. 난 지금 어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나름 열도 '한가득' 받고 있다가 마지막 수단으로 상담원 연결을 선택했는데 상담원은 '잘 안 돼서 속상하시죠?"라는 답변으로 공감을 시도하지만 이로 인해 마음이 좀 풀어질 수 있는 사람과 더욱더 약이 오르는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마음이 좀 풀어지는 경우는 잠시 안달 나있던 생각에 여유를 주면서 릴렉스를 할 수 있게 된 경우일 테고, 더욱 약이 오르는 경우는 해결책도 없으면서 저런 식으로 상담하는 것이 더 화가 난 경우일 것이다. '대체적으로 성격 급한 한국 사람'이라는 가정이 좀 비합리적이긴 하다만, 솔직히는 난 후자에 가까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설픈 협상 시도를 통해 인질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거랄까.. (근데 애자일 이야기에 등장한 상담원은 베테랑이 아니었을까 싶다.)
근데 사실 이 글을 보다가 내가 더 궁금했던 건 지금의 내용이다. 그럼 다른 경우로 이건 비폭력 대화 분류에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보통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거나 누군가 상심에 빠져 있을 때 난 보통 말 없이 들어주고 그 사람에게 긍정을 해주는 편이다. 대게는 이럴 경우 그냥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듣는 사람은 기분을 전환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들 얘기를 한다. 근데 가끔은 '진짜 그럴까?'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상심과 고민은 그 자리 그대로일 텐데 정말 들어주고 긍정해주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아니 사실 좀 더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어쩌면 정작 내가 고민을 말해 본적은 별로 없었던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만약 그 사람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이 눈에 빤히 보이는데도 '그저 들어주고 긍정을 해주는 것이 옳은 일일까?' 라는 청자의 또 다른 고민에 대해서는 어떨까? 그래서 생각에는 이럴 경우 일단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느 정도 상대가 안정이 되었을 때 살며시 조언을 해주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이럴 경우에는 애자일 블록의 창준님 말씀대로 일단 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해 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사람의 감정이란 건 참 어렵다. 영화에서처럼 사람이 만든 기계들이 우리가 느끼는 이런 감정이란 걸 느낄 수 있다는 설정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거짓말'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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