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떠올렸을때 아련한 추억이 되고, 행복한 되새김질이 될 수 있는 공연이 있다면 정말 기분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주로 어떤 음악을 들었을때 그런 아련함과 그 때의 느낌들을 되새길 수 있는데, 공연을 통해 아련한 옛 사랑과 같은 느낌을 떠올릴 수 있는건 흔한 일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한국에서는 2001년 초연을 한 오페라의 유령. 당시 뮤지컬 시장은 한국에선 정말 '돈 안되는 장사'라는 인식이 강했으며 100억여원을 투자한 한국 공연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은 총 24만명이라는, 뮤지컬로서는 경이적인 관객 동원을 기록하며 '돈 되는 장사'로 인식을 바꿔놓은 최초의 뮤지컬이었다.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의 유령에 열광했으며, 그 당시 팬클럽에서는 적지 않은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도 몇 번씩 공연을 관람하러 갔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다. 말 그대로 여러 기사에서도 얘기하듯 한국 뮤지컬 산업의 역사는 오페라의 유령 초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 엄청난 흥행 속에 어쩌면 더 이 공연을 접하기 쉬웠을 수 있었을 것이다. 2001년 역삼동 LG 아트센터 (지금은 GS)에서의 공연에 내 동생 유진양이 오케스트라의 건반 세션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이 공연과의 만남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처음 이 공연을 보고 나서 푹 빠져버렸고, 그 이후로 2번 더 공연장을 찾게 되었다. 특히나 화려한 무대와 의상, 가슴 절절한 스토리 라인과 한국 배우들의 호연은 '아 이게 진짜 뮤지컬의 맛이구나'를 느끼게 해줄 정도였다.

오페라의 유령 한국 공연은 나에겐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 공연 자체의 느낌과 감상을 떠나서 그 공연을 보던 그 당시 내 생활의 모든 것들이 같은 감성으로 자연스레 묶여 있는 느낌이랄까.

오페라의 공연 한국어 라이센스 공연이 8년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다. 이렇게 오래 걸릴꺼라고는 사실 생각하지 못했다. 그 당시 한국 공연이 끝나는게 아쉬우면서도 '몇 년 후에 또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지만, 결국 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야 다시 찾아왔다. 무엇보다 더 기쁜 일은 그 공연 이후로 팬이 되어버린 팬텀역의 윤영석과 크리스틴역의 김소현이 2009년 버전에 다시 캐스팅 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2001년 오페라의 유령 공연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배우들이기에 아마도 이번 공연의 재 캐스팅이 그 누구보다 의미가 남다를 것이며, 그 때 이 배우들을 통해 오페라의 유령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많은 관객들에게도 역시 기쁜일 일 것이다.


2009년 9월23일부터 2010년 8월까지 10개월의 공연이 샤롯데씨어터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티켓 오픈은 5월13일. 비록 이번 9월엔 한국에 없을 듯 싶어 티켓 오픈날을 기다리며 티케팅을 기대하는 즐거움엔 참여할 수 없겠지만, 내년엔 꼭 한국 공연을.. 윤영석과 김소현이 출연하는 날 공연으로 꼭 보고 말꺼라고 다짐해본다.

오페라의 유령과 관련된 지난 포스팅들..
- 'The Phantom of the Opera' in Las Vegas (2007.07)
- the phantom of the opera (2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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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때 어머니가 뽀글이 파마를 해주셨던 이후로 처음이다. 머리에 인위적으로 구부림을 주는건.. 염색은 몇 번 해봤지만, 너무 외국틱하다는 얘기를 들은 이후로 절대 손 안대고 있고..

사실 내가 항상 머리를 맡기는 우리 드자이너 선생님께서 항상 내 얼굴에 어울릴법한 머리를 알아서 해주고 난 전적으로 맡기는 편이라, 이번에도 전적으로 드자이너 선생님의 의견에 따라 한 번 해봤다. 결론적으로 그리 나쁘지 않은 듯 하다만 아직 적응하려면 나 스스로가 시간이 좀 필요할 듯 싶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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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정말 호불호가 확실하게 나눠지는 양상이다. 사실 다수의 의견들을 보면 돈이 아깝다거나 보는 내내 불편했다거나 등등의 의견들이 많은 반면에 또 재미있게 본 사람은 참 재미있게 봤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만큼 확실하게 양쪽으로 의견이 나눠지고 있다. 나도 먼저 본 사람들의 리뷰를 접하고 나름 걱정을 안고 영화를 보러간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박찬욱 감독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정도로 안좋은 평가들이 많다는 사실이 적지 않게 이 영화를 보는 것에 부담을 주었고, 그 와중에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난 이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즐겼다. 2시간 20분여분의 러닝타임도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박찬욱 감독식의 유머 코드들도 마음에 들었고, 전반적인 극의 흐름도 괜찮았고, 화면이야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 그대로고, 배우들 연기도 좋았고.. 마지막 장면도 무척 깔끔하다고 느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2가지의 부류 중에서 난 대략 지금까진 소수라고 느껴지는 부류에 속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불편했다는 사람들의 의견에 대해서도 '그럴만도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긴 하다만, 개인적으로 '박쥐' 이 영화는 오랜만에 색다른 만족감을 안겨줄 수 있었던 괜찮은 영화였다.

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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