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시로 가즈키의 양장본 시리즈..
내가 보는건 3번째 책이다.
조만간 이 양장본 시리즈를 다 읽을 생각이다.
Revolution No.3는 가즈키의 시리즈 중에 자주 등장하는 더 좀비스의 초창기 활약에 대해서 그리고 있다.
절대 미워할 수 없는 그녀석들은..
참 웃긴 녀석들이다.
가즈키의 책들은.. 뭐랄까. 오히려 서정적인 느낌마져 들기도 한다.
하지만.. '피식피식'에서 '대소'로 이어지는 그의 코드들이 참 마음에 든다.

더 좀비스가 궁금하다면 Revolution No.3 를 볼 것..

el.

"너희들은 공부를 잘 못해서 이 학교에 왔다. 그것은 전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인간은 갖고 태어나는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 운동을 잘하는 사람. 음악을 잘하는 사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유감스럽게도 너희들은 공부하는 재능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다. 자 그렇다면 너희들은 과연 어떤 재능을 갖고 태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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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는 인간끼리의 유전자 결합을 저지하면서 그 한쪽에 너희들이 끼어드는 것이다. 우등과 열등이 연을 맺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것이 원래 자연계의 섭리다. 같은 성질의 유전자들끼리 들러붙는 사회는 언젠가는 반드시 무너진다. 피를 한 장소에 고이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교실에 있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미 탁터 모로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순신이 침묵을 깨고 발언했다.
"그러니까, 공부 잘하는 여자의 유전자를 획득하라는 말이죠?"

Revolution No.3 中

GO
처음 접한건 영화 제목으로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당시 접했던 영화 평들은 다들 괜찮은 편이었던 기억이 난다.

새로운 양장본 시리즈로 나온 가즈키의 시리즈를 하나씩 보는중이다.
GO 는 사실 몇주전에 읽었는데.
지금에서야 책 이야기를 풀어놓게 됐다.

재일조선인인 스기하라와 순수 일본 혈통인 사쿠라이의 러브스토리가 전체적인 토대이지만
가즈키는 주인공의 정체성과 한.일간의 역사성에 대한 다소 무거울수 있는 주제들을
정말 경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어색하지도 않으면서..
아마도 가즈키 스스로가 재일교포로서 어렸을때부터 고민하고 느껴왔던 정서들과
그만의 독특하면서 발랄한 문체들의 황금비율이 이루어진게 아닐까 싶다.

조만간 영화를 볼 생각이다.

mins.

"난....., 나, 일본 사람이 아니야."
10초나 그 정도에 불과한 침묵이었을 텐데 내게는 몹시 길게 느껴졌다.
"......무슨 뜻이야?"
사쿠라이가 물었다.
"말한 그대로야. 나의 국적은 일본이 아니야."
"......그럼, 어딘데?"
"한국."
사쿠라이는 내게로 뻗고 있던 두 다리를 윗몸으로 끌어당겨 접고는 무릎 앞에 두 손을 깍지끼고 앉았다. 사쿠라이의 몸이 아주 작게 느껴졌다.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조선 국적이었어. 앞으로 석달 후에는 일본으로 되어 있을지도 모르고. 1년 후에는 미국으로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 죽을 때는 노르웨이일지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사쿠라이가 억양 없는 밋밋한 목소리로 물었다.
심장이 빠르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국적 따위 아무 의미도 없다는 소리지."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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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는 한국이나 중국 사람들은 피가 더럽다고 했어."
충격은 받지 않았다. 그것을 단순히 무지와 무교양과 편견과 차별 때문에 튀어나온 말이었을 테니까. 그 엉터리 같은 말을 부정하기는 무척 쉬운 일이었다. 나는 말했다.
"너는, 사쿠라이는, 어떤 식으로 이 사람은 일본 사람, 이 사람은 한국 사람, 이 사람은 중국 사람이라고 구별하지?"
"어떤 식으로라니.......?"
"국적? 아까도 말했지만, 국적 따위 언제든 바꿀 수 있어."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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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너네 가족은 술 못 마시지?"
사쿠라이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말을 계속했다.
"현대 일본 사람들의 직접적인 조상이라 여겨지는 죠몬인 중에는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 이건 DNA 조사에서 밝혀진 사실이야. 그러니까 그 옛날의 몽골로이드는 모두가 술을 마실 줄 알았다는 얘기지. 그런데 약 이만오천 년 전 중국의 북부에서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닌 인간이 태어났지. 그 사람은 술을 마시지 못하는 체질을 갖고 태어났어. 그리고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 사람의 자손인 야요이인이 일본으로 건너와서 술을 마시지 못하는 유전자를 퍼뜨린 거야. 너는 그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이고, 중국에서 생겨난 그 유전자가 섞여 있는 너의 피는 더럽니?"   - p.202

GO 중에서..
























가네시로 가즈키의 fly, daddy, fly
오늘 영풍문고에서 샀다가 바로 다 읽어버린..
사실 가즈키의 글들은 처음 접하는데..
뭐랄까.. 강한 포스가 있다.
살짝살짝 미소짓게 하면서도 뭔가 감동적인..
그리고 억지스럽지 않은...

스토리는 간단하다.
복싱을 하는 고등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한 딸을 위해 복수를 준비하는 아버지의 일기장이랄까..
근데.. 이게 이렇게 단순한 스토리가 아니라는거지..
이 간단한 라인을 매우 풍성한 스토리로 완성시켜놓은 fly, daddy, fly..
중간중간 유쾌하게 만들면서 뭔가 생각할 꺼리를 갑작스럽게 던지기도 하는..
매우 발칙한 책이다.
가즈키의 다른 시리즈들도 그럴것이라 생각되는데..
언능 읽고싶다.

검색하다보니.. 이미 일본에서 영화로도 나와있고..
이준기가 한국판을 촬영중이라는..--;
살짝 걱정되는군.. 원작을 어떻게 망쳐놓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일단.. 다음에 시간될때 일본판 영화를 볼 생각임..

나름 꿀꿀했던 오늘 하루의 기분을 유쾌하게 바꿔준 한권의 책..
fly, daddy, fly..
추천할만함..


"한 가지만 물어보겠어. 아저씨는 이시하라에게 폭력을 휘두르려 하고 있어. 폭력에는 정의도 없고 악도 없는 거야. 폭력은 그냥 폭력일 뿐이야. 그리고 사람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반드시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되어 있어."
"중요한 것을 지키고 싶은거지? 아저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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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분명히 들렸다. 그러나,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목소리였다. 지금, 말한 것은 누구인가? 그보다 몇 초나 지났을까?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때였다.
박순신의 목소리가 무음의 세계를 가로질렀다.
"소중한 걸 지키고 싶지 않아? 아저씨."

fly, daddy, fly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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