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느 정도 성장해가는 회사에서 노락노락 피어나는 정치적 프로세스는 어쩌면 인간의 본성에 의한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누구나 어떤 '위치'를 갈망하는 기본적인 성취욕이 있을것이니. 또한 그런것에 무관심한 사람들도 관리자 포지션에서는 팀원들을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정치활동에 일정 부분 가담할 수 밖에 없는 일도 조직내에서는 필요할 수 밖에 없으니..

요즘 보니 이걸 '인간의 본성'에 근거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난 완전히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수는 없지만, 이상하게도 새로 합류하는 한국분이 소위말하는 '계급'을 따지고,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른바 '물타기'의 필요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는것이 참 안타깝다.

'인간의 본성'에 근거하기에 무리가 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근거는 처음 봤던 이 미국회사의 모습이었다. 사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 조직의 문화 자체가, 서로 맡은 부분에 대해서 co-work의 개념이 있었던 것이다. 상하 개념이 아닌 평등하게 자기가 맡은 영역의 전문가로서 일을 하는 부분인 것이다.

사내 정치의 결과는 무엇인가. 밥그릇 좀 더 많이 차지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건가. 서로가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분야에 대한 이해와 공동의 목표 실천에 충실하면 되는거 아닌가. 나 역시 전 직장에서 팀을 매니징하던 사람이었지만, 지금 이곳에서 어떠한 직급과 계급 없이 모든 구성원이 각각의 포지션의 스페셜리스트로 불리우고 평등하게 일하는 문화가 참 좋았다. 이런 기업문화가 지속될 순 없는걸까. 내가 아직 정치맛을 모르는 이상주의자나 어린아이에 불과한 것인가?

"누가 누구보다 위다","누가 무엇을 지시해야만한다" 등등.. 이런것들 좀 버렸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가 진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보고 해결점을 찾는 일에 에너지를 쏟으면 안되는 걸까?

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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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비 안올꺼 같은 샌프란.
샌프란에 도착한지 4개월째.
처음으로 '비'가 내리는걸 본다.
신기하다.. >_<

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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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종으로 구성된 국가인 미국이라서 더욱 그렇겠지만, 정말 다양한 스타일의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다양한 문화들을 겪게 된다. 그러면서 요즘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다.

처음엔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전체'와 '관계'에 대한 인식들은 이러한 다양성과 거리를 두게 만들었지만, 요즘 난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방종'이 아닌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라는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나와 다르다는 이유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되는 부분에 대한 것이다.

내가 살아온 국가와 환경이, 다른 사람이 살아온 국가와 환경과 다르다는 것을 이들은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적응한다. 반면에 대다수의 나와 같은 동양인들은 그러한 다양성을 인정하기 보다는 판단하기에 더 익숙한 것 같다는 느낌이다.

동,서양의 다른 시선에 대해 조사,분석한 책인 '생각의 지도'에 따르면 동양인은 '전체'의 관점으로 생각하는것이 익숙하도록 교육받아왔고, 서양인은 '개인,사물'의 관점으로 생각하는것이 익숙하도록 자라왔다고 한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전체'와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원활하게 상호작용하지 못하는 '개인'을 비판하는데 익숙한걸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들의 '개인주의(individualism)'와 문화가 우월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말을 하는것은 절대 아니지만, '다양성의 인정'이라는 측면에서는 혹시라도 '지금 저들의 '우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나'라는 관점으로 느낀다면 그 자체가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가치관의 차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너무 깊게 들어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럴만한 글을 쓰기도 힘들고..) 여하튼 요즘 느끼는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라는 부분때문에 '판단'하기 좋아하는 자세들에 대한 부정적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그냥 '그들은 그렇다'는걸 Judge(솔직히 이 상황에서 이 단어에 대해서 정확히 똑같은 느낌의 단어가 떠오르질 않는다. 사전적 의미의 느낌은 아니고, '판단'보다는 좀 더 무거운 느낌인데..어려워 >_< ) 할 필요가 있을까.


판단하는것에 감정과 힘을 소비하고 싶지 않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싶다. 물론 자라오고 교육받은 환경을 무시하긴 힘들지만, '생각의 지도' 저자의 말처럼 기존의 동양적 가치관과 뭔가 융합되어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생각을 하고 싶다.

내가.. 요즘 그렇다구.
쓸데없이 생각이 많아진거 같기도 하구..

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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