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까지 서부 3대 도시(SF, LA, Seattle)를 각각 몇 년씩 살아본 결과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시애틀이 서부 개인랭킹 1위에 올랐는데, 무엇보다 시애틀의 여름은 그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랄까.

하이킹을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 많지만 그 중에 작년에 주로 다녔던 3곳의 하이킹 정보를 공유해본다. 

Rattlesnake Ledge 

제일 자주 가는 코스. 무엇보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왕복 코스도 무난하다. 더욱이, 뷰 포인트에 도착했을 때의 리워드는 정말 엄청나다. 워싱턴주의 키 큰 나무들이 끝없이 펼쳐져있고 바로 밑으로 보이는 Rattlesnake 호수는 정말 한참을 쳐다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난이도: 왕복 4.5마일. 난이도는 Moderate정도 되지만, 산을 자주 타시는 사람이라면 사실 Easy에 가깝다. 왕복 시간은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날씨 좋은 날은 올라가서 한참 풍경을 보다가 도시락도 먹고 멍때리다 내려오면 2시간이 넘게 걸릴때도 있다. 

Direction: 시애틀 다운타운에서 편도 약 40분 정도 거리. (34마일) 

Parking: 파킹랏이 꽤 큰 편이지만 보통 주말엔 가득 찬다. 보통 난 그냥 로드 사이드에 세워놓고 트레일로 진입하는데, 주말엔 사람들이 다 로드 사이드에 세워놔서 분주하다. 따로 주차비는 받지 않는다.


Snow Lake Trail 

올라 가는 길은 무척 길지만 정상에 거의 도달했을 때부터 Snow Lake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 올라오면서 힘들었던 여정을 한번에 모두 날려줄 수 있는 코스이다. 그 웅장함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 

난이도: 왕복 7마일 정도. 난이도는 Moderate이지만 중간에 돌이 많아서 좀 힘든 부분이 있다. 돌이 많으면 특히 산을 내려올 때 더 힘들기 마련이다. Lake View 까지만 갔다 내려오면 6마일 정도 되는데 Lake 까지 다시 내려갔다 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아주 투명한 물을 볼 수 있고 여름엔 수영까지 할 수 있다. 좀 쉬엄쉬엄 Lake에서도 놀다 오면 왕복 3-4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   

Direction: 시애틀 다운타운에서 편도 약 50분 정도 거리. (53마일) 

Parking: 여기는 워싱턴 주에서 발급하는 Northwest Forest Pass가 있어야 파킹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게 없을 경우 현금이나 Check를 챙겨가셔서 현장에서 $5을 봉투에 넣고 영수증을 차량 Dashboard에 올려놓는 식으로 하루 Parking이 가능하다.



 

Snoqualmie Falls Trail

여기는 정말 산책 정도의 트레일이지만 생각보다 꽤 큰 폭포와 나무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난이도: 왕복 1.5마일 정도로 그냥 산책 코스. 일단 위에서 폭포를 한번 감상하고 오른쪽 사잇길로 Trail 사인을 따라서 쉬엄쉬엄 산책을 하면서 내려가면 폭포 아래쪽을 감상할 수 있다.

Direction: 시애틀 다운타운에서 편도 약 30분 정도 거리. (28마일) 

Parking: 도로 양쪽으로 2개의 Parking lot이 있는데 주말에는 파킹이 쉽진 않지만, 한 두어바퀴 돌다보면 나가는 차량이 항상 있다. 



이상이 작년에 갔던 내가 즐겨가는 3대 하이킹 트레일. 추가로 Moderate 이하에서 사람들이 많이 가는 코스 중 Twin Falls Trail과 Poo Poo Point도 유명하다. 그리고 다음으로 도전할 트레일은 Blanca Lake Trail인데 사진을 보면 흡사 캐나다 Banff쪽의 Lake Louise랑 비슷한 분위기. Hard Level이라서 혼자 다녀오면 몰라도 아내님을 데려가자니 좀 망설여지는 코스라 아직 시도를 못 해봤다. 

올해는 좀 다양한 코스들을 섭렵해 볼 생각이다. 




드디어 지난 주에 더 스피어스 (The spheres) 내부를 탐험하고 왔다.

아마존에서 만들어 지난달에 개장했으며, 전세계 4만여종의 식물과 인공 구조물의 조화가 이채로운 공간이다. 게다가 그 맛있다는 General Porpoise Doughnuts가 입점해있다. (사실 잘 몰랐는데 아내님께서 말씀하시길, 빵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안다는 유명한 도넛이라며..) 하나 사먹어 봤는데 쫄깃하니 맛은 있었다.

여하튼 전반적으로 돌아본 결과 참 잘꾸며놨다 싶다. 아무래도 식물원이다 보니 내부는 좀 습기가 많고 약간 후덥지근(?)한 느낌이 있었지만 가만히 앉아있으면 금방 적응되는, 마치 진짜 밀림에 와 있는 느낌적인 느낌도 있다. 아마존 캠퍼스 사이에 진짜 아마존이라니..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나무들이 더 풍성해져서 더 볼거리가 많아질 것 같다.

아쉽지만, 본관은 아마존 직원만 출입 가능하다. 하지만, 예약을 통해서 소개관인 Understory에는 일반인도 들어가서 둘러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저녁에 불이 켜져있는 The Spheres를 밖에서 구경하는 것도 제법 분위기 있고 괜찮을 것 같다.

관광객 놀이 하면서 사진을 잔뜩 찍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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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미국 | 시애틀_(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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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액결제 현금화 2017.12.06 10:57 신고

    뮤직비디오같아요 ~~ 멋진영상 잘구경했습니다 ~~~



나는 시애틀에, 그리고 나의 여자 친구는 라스베거스에 살고 있었다. 난 몇 개월 전에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했고, 그렇게 우리는 약혼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지인과 사업을 구상 중이었지만, 나의 직장이 있는 시애틀로 옮기는 것에 동의했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살게 되었다. 


그녀는 그녀의 소중한 물건들과 차를 시애틀로 가져오고 싶어 했다. 시애틀에서 라스베거스는 비행기로 약 2시간 반, 그리고 차로는 약 17시간 정도가 걸리는 거리다. 그녀의 차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시애틀에서 베가스는 비행기로 이동하고, 그녀의 짐과 함께 차로 2박 3일의 일정으로 시애틀로 돌아오는 로드트립을 하기로 한다.


2016년 4월의 여행기이다.  


난 주로 Alaska 항공을 이용한다. 여기엔 아주 명확한 이유가 있다. 다른 여러 미국 내 항공사에 비해 Alaska는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걸로 유명하다. Alaska가 시애틀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시애틀발 비행기 역시 항상 깨끗하고 서비스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Alaska의 마일리지 프로그램은 타 항공사에 비해 월등한 점도 있다. 하지만 베가스행 편도 티켓은 Delta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작년에 Delta를 이용하는 여행을 하나 취소하면서 받은 크레딧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Delta와는 악연이다. Delta를 이용할 때마다 항상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긴다. 비행기를 놓친다던지, 연착이 심하다던지, ID를 놓고 와서 집에 되돌아 갔다 와야 했다던지. 그래, 대부분 내 실수였지만, 우연찮게도 Delta를 타게 될 때만 항상 이런 실수가 일어난다. 이러다 보니 정이 안 가는 건 사람이라 어쩔 수가 없다.


오늘 그 징크스를 깰 수 있기를 바라면서 비행기에 오른다. 그리고 베가스로 향한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기만 한 하늘 아래로 수 없이 많은 산들 중에 혼자 우뚝 솟아 있는 큰 산이 보인다. 모양을 보니 시애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Mt. Rainier는 아닌 것 같지만 이 순간 하늘에서는 제일 돋보이는 단 하나의 산이다.  





저녁 9시가 다 되어갈 무렵 베가스에 도착했다. 게이트를 나오자마자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확실하게 각인시켜주는 슬롯머신들이 나를 반겨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베가스 사인. 나도 체크인을 해본다. 








도착한 날에는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다음날의 여행을 위해 일찍 잠을 청한다. 


베가스에서 시애틀까지 2박 3일의 일정, 그 첫 번째 목적지는 아이다호에 있는 트윈 폴스 (Twin Falls, Idaho). 물론 처음 가보는 동네이다. 사실 이렇게 차로 이동할 일이 없으면 살면서 전혀 가 볼 기회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동하는 내내 조울증에 걸린듯한 날씨가 계속 변심을 부린다. 해가 말짱하게 떠 있다가도 저 멀리서 심술 맞은 비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는 게 보인다.






그리고 이내 이 비구름 속으로 들어간다.





이런 구간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끝없는 왕복 2차선 도로를 달리다 보면 천천히 차선을 점거하며 달리는 트럭들을 하나씩 만나게 된다. 다들 마주오는 차선을 주의 깊게 살피며 재빨리 추월을 하고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한다. 이렇게 조금 가다 하나씩 만나는 트럭들을 추월하다 보니, 죽지 않고 안전하게 뗏목을 건너 반대편으로 건너가야 하는 개구리 게임이 떠오른다. 


Twin Falls에 도착했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동네 구경을 나가본다. 작은 동네는 정말 정갈한 느낌이 들면서도 알게 모르게 화려하다. 그런데 이런 사막 한가운데 이런 규모의 협곡과 폭포가 있다니 정말 신비로울 뿐이다. 이곳은 Shoshone Falls라는 곳이다. 사람도 별로 없어서 피앙세와 한참을 사진놀이에 빠져있었다. 






이 폭포는 언제가 다시 한번 찾아오리라 다짐을 해본다. 그게 10년 후가 될지, 20년 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목적지는 리치랜드 (Richland, WA). 여기까지만 가면 이제 시애틀을 약 3시간 정도 남겨놓게 된다. 





워싱턴주에 가까워오니 확실히 주변 풍경이 달라진다. 한없이 펼쳐져있던 사막과 광야를 벗어나 갑자기 푸른빛이 돌기 시작했다. 무지개도 집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아니다. 그건 내가 정말 지어낸 말이다. 그냥 날씨가 변덕맞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이내 워싱턴주의 상징인 키 큰 활엽수들이 경계선을 만든 것처럼 광활하게 펼쳐져있다.



로드트립의 둘째 날 머무른 곳은 정말 아름다운 강을 끼고 있는 조그마한 동네였다. 주말인 데다 날씨도 너무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햇빛을 즐기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평화롭고 아름다운 강을 쳐다보면서 조식을 먹고 시애틀로 출발한다. 지금껏 올라온 시간에 비하면 3시간은 정말 짧은 시간이다.


솔직히 쉽지 않았다. 3일 내내 운전을 한다는 것이. 
하지만 로드트립의 묘미가 이런 것 아닌가. 
음악을 들으며 달리는 차 안에서 그 순간순간을 오감으로 기억하는 것. 
그리고 언젠가 우연찮게 그중 하나의 감각을 다시 느끼게 될 때 자연스럽게 꺼내어 추억할 수 있는 것. 


이렇게 봄을 알리는 4월의 로드트립을 마무리했다. 






오스트리아의 한 캠핑장에서 나와 일행은 4일을 머물렀다. 내 바로 옆에는 어떤 노부부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부부는 매일 저녁 사랑을 속삭이고, 키스를 하고, 행복한 웃음소리를 들려주었다. 자글한 주름과 낮은 목소리까지 모두 아름다운 선과 멜로디 같았다. 난 그 노부부가 너무 사랑스러웠고 그들이 부러웠다.

이 사진은 캠핑장의 파이어 플레이스에서 뭔가를 속삭이던 다른 노부부의 모습이다. 이번 여행 중에 찍었던 사진 중에서 가장 애착이 많이 가는 사진이다. 난 내가 결혼을 한다면 저들의 나이에 딱 저들과 같은 행복을 공유할 누군가와 함께이고 싶어서 하는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내 생각과 같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 바람을 피우는 노인들’일 거라거나 ‘데이트 중인 나이가 든 연인’일 거라고 보는 시선들. 오랜 세월을 함께 산 부부에게는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래, 그들의 말처럼 그게 진짜 현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래 산 부부가 저렇게 둘이서 행복할 수 있다는 건 영화에서나 가능하지. 그렇지 않다는 게 현실이야. 부부 생활이라는 건 절대 저들처럼 될 수 없어’ 라는 건 나에겐 받아들이기 참 가혹한 이야기다. 정말 만에 하나 그게 세상에 존재하는 오직 하나의 현실이라고 해도 ‘너도 저들처럼 행복할 수 있을 거야’, ‘우리도 이렇게 행복하게 늙어 갈 거야’ 라고, 그렇게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고 하고 싶다. 항상 희망을 얘기하는 건 실제로 그것에 다가가는 한 걸음이기 때문이라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놓고 아직도 순진하고 세상을 잘 모르는 거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뭐래도 상관없다. 난 냉소적으로 ‘현실은 그렇지 않아’라고 얘기하는 것보다 내 나이가 40, 50이 넘어도 ‘너는, 우리는 항상 행복할 거야’ 라고 말하는 것이 언제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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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떠보니 시애틀에 오랜만에 비 같은 비가 내리고 있다. 원래 시애틀의 겨울은 이런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워낙 좋은 겨울 날씨만 보다가 문득 비가 내리는 걸 보니 마냥 행복하고 즐거운 꿈을 꾸다 문득 잠에서 깨어 진짜 현실과 마주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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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미 몇 개의 여행 일정이 있음에도 항상 월초가 되면 expedia에 들어가서 여러 도시의 티켓을 검색하는 버릇이 언젠가부터 생겼다. 대게는 그냥 그렇게 검색하는 것 자체가 설레서가 큰 이유지만 가끔 계획 없이 덜컥 예약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그렇게 즉흥적으로 덜컥 예약해 버리게 돼도 이내 설렘으로 여행을 준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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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책을 손에 쥐었을 때 내가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시할 수 있는 줄갈피가 이미 있는 책들이 참 좋다. 아무 생각 없이 차를 몰고 나왔는데 기름이 아직 충분히 있어서 내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주유소에 들를 필요 없이 운전할 수 있는 기쁨 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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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2000년대 초반부터 뭔가를 계속 끄적거리며 내 생각과 일상을 표현했던 가장 훌륭한 도구이자 나의 개인사를 아직 일기처럼 보관하고 있는 나만의 연대기이기도 하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간단하게 일상을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뭔가 긴 글을 적어야 할 것 같은 블로그는 그야말로 찬밥이 되었고, 언젠가부터 그냥 이렇게 방치되어갔다. 그래서 가끔 내가 쓴 글들을 읽다 보면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하며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만큼 내 생각도 세월과 함께 수없이 많은 가지를 치며 다른 형태로 자라온 거겠지. 그리고 어떤 가지들은 이미 잘려져 나가고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겠지. 블로그에 뭔가를 계속 끄적이며 생각을 정리할 때에는 지금보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다양했었다는 생각을 한다. 뭔가를 정리하고 표현하는 습관이 나의 정체성을 더 확고하게 만들어줬던 것 같기도 하고. 


뇌는 계속 진화하고 적응해간다. 그것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이제 난 아이폰에 너무 많은 걸 의존하게 되었고, 직접 기억하려는 뇌의 기능은 점점 퇴화하는 느낌이 든다. 나만의 철학과 생각으로 발전시켜가던 나의 정체성은 그냥 모든 사람에게 무난히 끼워 맞춰지는 하나의 부속품이 되어갔던 것 같기도 하다. 오랜만에 예전의 글들을 읽다가 보니 10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나와 어딘가 많이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갑자기 좀 불편했다. 그때보다 뭔가 더 좋아진 것만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삶의 질, 환경, 그 외 많은 것들이 훨씬 좋아졌다. 하지만 나의 진정한 정체성은 어디에선가 길을 잃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냥 내 생활 수준을 계속 맞추고 높이는 기술만 늘어간 게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봤다. 오늘 난 내 블로그로 시간 여행을 잠시 다녀왔다. 그리고 지금의 나와는 사뭇 다른 과거의 내 모습들을 만나고 왔다. 뭐가 바로 바뀌는 건 없겠지만, 처음 내가 익숙한 세계를 떠나 더 넓은 세상을 만났던 때와 같은, 약간은 불편하지만 그러면서도 신선한 청량감, 이 자극을 일단 기억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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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태어나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이라면 이른바 ‘군대 트라우마’를 평생 극복할 길은 없는 것 같다. 지난밤에는 지금까지 꿨던 ‘군대 다시 가는 꿈’ 중에서 가장 사실적이고 생생한 꿈을 꿨다. 난 루시드 드림, 일명 자각몽을 많이 꾸는 편이다. 내가 지금 꿈속에 있다는 걸 자각하고 있는 꿈 말이다. 하지만 간밤의 군대 꿈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현실 그 자체였다. 내무반에 모인 사람들은 왜 법이 이렇게 바뀌어서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 재소집되어 현역으로 다시 복무해야 하는지에 대해 수군거렸다. 그러면서 관물대의 각을 잡는 것을 자랑하기도 했다. 눈을 떴을 때 이 모든 게 꿈이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난 어제저녁, 그렇게 또 군대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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