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며보는 걸까.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다. 나에게 '여친'이라는 존재가 있었던 시절이니 ㅋ. 확실히 혼자사는 남자에게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일은 구질구질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이미 다 홀몸이 아닌 친구들 불러다가 파티를 열어주는것도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고..ㅋ 여하튼 올해 크리스마스는 샌프란에서 맞이하게 되었는데, 요즘 한창 주말에 음악 작업을 같이 하고 있는 Jon과 Joanna 커플이 크리스마스 트리 데코레이션을 한다고 초대를 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얼마만의 크리스마스 트리 꾸미는 행위인 것인지... 나름 기분도 업되고 새삼 옛 추억들도 뭉실뭉실 피어오르고, 그 와중에 이국적이면서 잔잔한 느낌도 나쁘지 않고...

거리마다 빤짝이 장식들이 늘어나는 걸 보니 이제 정말 연말이구나.

트리 점등 카운트다운!


el.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녕! 2008년!  (26) 2008.12.31
맥북 프로를 지르다!  (15) 2008.12.23
2009년도 다이어리도 몰스킨으로  (2) 2008.11.30
스웨덴에서 온 싱어송라이터를 만나다  (13) 2008.11.24
Foosball 삼매경  (8) 2008.11.13


긴 휴일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목요일 Thanksgiving을 시작으로 3일째 휴일이 지나가고 있다. 내일이 지나면 긴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아쉬움 가득한 토요일 오후, 화창한 날씨를 만끽하기 위해서 읽을 책을 하나 집어들고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사람 구경도 하고 책도 읽으며 한가한 주말 오후를 즐겼다. 근처의 서점에 들어가서 책을 둘러보다가 몰스킨(Moleskine) 다이어리 코너가 따로 있는게 눈에 띄였다. 2008년도에도 작은 몰스킨 Daily 다이어리를 사용했는데, 문득 2009년도 다이어리를 사야할 시기가 다가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 참 빠르구나!. 몰스킨 다이어리는 아는 사람은 다 알만큼 유명한 다이어리 브랜드이다. 여러가지 용도에 따른 구성도 많이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본 퀄리티가 무척 좋다는게 정말 큰 장점이다. 게다가 180도로 자연스럽게 펼쳐지기 때문에 필기할 때 힘들지 않다는게 개인적으로 큰 매력이다. 작년에 작은 녀석을 샀었는데, 이번엔 조금 큰 녀석으로 하나 샀다. 이제 2009년을 준비해야지.


International Holidays / 한국을 포함해서 주요 국가의 공휴일들이 다 표시되어 있다.

구매를 고려하는 분을 위해 속지 구성을 소개하자면,
Personal Data
2009, 2010 Monthly Calendar
2009, 2010 Weekly Planning
International Holidays 2009
Travels Planning / Travels Memo
Time Zones
Distances / Dialling Codes / Internet Tld / Plate Codes
Measures & Conversions / Temperature / Speed / International Sizes
Daily Diary
Memo

el.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맥북 프로를 지르다!  (15) 2008.12.23
크리스마스 트리 꾸미기  (8) 2008.12.11
스웨덴에서 온 싱어송라이터를 만나다  (13) 2008.11.24
Foosball 삼매경  (8) 2008.11.13
유서를 써놔야겠다...  (12) 2008.11.01

요나(Jonna)라는 스웨덴 싱어송라이터를 만나게 된 건 Facebook 의 글을 통해서였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그룹에서 "스웨덴에서 온 뮤지션"이라는 글을 보고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다음날 답장이 왔다. 내용은 "반갑다. 지금 휴가차 샌프란시스코에 머물고 있다. 시간되면 커피 한 잔 하자" 였다.

Jonna from Sweden

만나기 전에 그녀의 공식 사이트를 통해 음악을 몇 곡 들었다. 약간은 뉴에이지풍에 야니를 떠올리게 하는 음색이었다. 무척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색의 음악들은 한참 야니 음악과 조지 윈스턴의 피아노 음율에 빠져있을때의 감성을 느끼게 해주었다.

무척이나 화창하고 적당히 따뜻하던 일요일 오후에 그녀의 숙소 근처인 Pier 39에서 약간은 어색한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어색함도 잠시, 음악이라는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흥미로운 만남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사실 회사 사람들은 오랫동안 봐왔던 사람들인데다가 말하는 스타일도 이젠 서로에게 다 익숙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번 만남에서는 그렇게 '숙성'되지 못한 관계에서의 의사소통이 살짝 걱정이 되긴 했었다. 그래서 만나자마자 "내가 영어를 잘 못하니깐 이해를 해달라"며 먼저 양해를 구했다. 그러자 바로 "문제 될 것 없다. 나도 유럽에서 왔고 영어를 잘하는편은 아니다."라며 편하게 대화 하자는 얘기를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첫 만남

그녀는 동양의 악기에 상당히 관심이 많았다. 다음에 음악을 만들때 사용하고 싶은 악기가 중국의 '얼후'라고 했다.(사실 그녀는 악기 이름을 모르고 악기 음색에 대해서 설명을 해줘서 그것이 얼후라고 알려주었다.) 개인적으로 해금 소리를 많이 좋아해서 중국에서 파생되긴 했지만 한국에도 비슷한 음색의 '해금'이라는 악기가 있다는 얘기를 해줬다. 다음에 동양악기를 써서 곡을 작업하게 되면 '해금'과 '가야금'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적극 추천해줬다. 아울러 한국에서의 공연도 생각해 보라는 권장도 빼먹지 않았다.

스웨덴에는 메이저 레이블 외에 인디 밴드 또는 뮤지션들이 직접 레이블을 만들어서 활동을 많이 한다고 한다. 그녀도 그 중 하나이고, 요즘 선호하는 음악 유통 채널은 애플의 아이튠즈이고 Myspace와 Facebook을 통해서 홍보를 많이 한다고 한다. 음악 산업에 있어서도 글로벌 트렌드는 이미 오프라인 앨범 보다는 온라인이고, 구매 인프라가 막강한 글로벌 SNS들이 그들의 계획대로 산업 자체를 이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음악은 일본의 한 게임 제작사에서 라이센스를 구입하고, 미국의 한 영화 제작사에서도 음악 제작에 대한 오퍼가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스웨덴에서 열심히 음악을 제작해서 아이튠즈에 판매하고 글로벌 SNS를 이용하여 홍보를 하는 일들을 통해 바다 건너 먼 곳에서 이런 성과들을 이루어내고 있었다. 참 부럽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난 음악을 하기 위해서 다른 일들을 다 접고 이 하나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리고 분명 이렇게 매진 할 수 없다면 좋은 음악을 만들수도 없을 뿐 아니라 내가 원하는 목표에 다가설 수 없다"라는 그녀의 말에 지금 내가 그녀처럼 열정을 가지고 올인해야 할 대상은 과연 무엇일까 자문을 해보기도 했다.

작업 환경이나 사용하는 툴에 대해서도 나름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던 아주 좋은 만남이자 실로 도움이 되는 만남이었다. 사실 내가 지금 샌프란시스코에 있지 않았다면 이런 만남 또한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생각에 이 도시가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Facebook에서 많은 대화들을 나누었고, 국적도 언어도 다른 스웨덴에서 온 Jonna는 짧은 시간에 무척 친숙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휴가를 마치고 스웨덴으로 돌아가기 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유명하기도 하지만, 내가 참 좋아하는 곳들을 함께 돌아보기로 하고 주말에 Jonna와 함께 Roadtrip을 떠났다. (벌써 가이드를 해줄만큼 이 도시도 참 친숙해졌다는게 신기하기도 했다.)

SF Roadtrip with Jonna

이 날 Roadtrip의 클라이맥스는 태평양 바다를 볼 수 있는 California 1번 도로이다. 개인적으로 작년 이맘 때 아무런 정보 없이 돌아다니다 우연히 발견했던 California 1번 도로의 북쪽에서 만날 수 있는 너무나 큰 자연의 모습은 지금껏 봤던 풍경들 중 으뜸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이다. 날씨가 매번 좋지가 않아 정말 날을 잘 골라서 가야 제대로 된 광경을 볼 수 있는 이 곳이었기에 살짝 걱정도 됐지만, 이날 우리가 본 태평양은 나조차도 전엔 볼 수 없었던 장엄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Say hello to Jonna by Minwoo

Live from San Francisco by Jonna

정말 좋은 만남과 재미있는 추억들을 만들 수 있었던 2주가 지나가고 있다. 세상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el.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리스마스 트리 꾸미기  (8) 2008.12.11
2009년도 다이어리도 몰스킨으로  (2) 2008.11.30
Foosball 삼매경  (8) 2008.11.13
유서를 써놔야겠다...  (12) 2008.11.01
우리별엔 언제 가지?  (8) 2008.10.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