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왠만하면 맥북프로에서는 마우스를 잘 사용하지 않았는데, 좀 정교한 컨트롤링이 필요해서 예전에 쓰던 랩탑에서 사용하던 마우스를 연결해서 작업을 하는데, 이 마우스가 맛이 좀 간 듯 인식이 잘 안된다. 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이참에 Apple Mighty Mouse를 사야겠다 싶어서 회사 건너편에 있는 애플 스토어(정식 애플 스토어는 아니고 애플 제품만 취급하는 작은 매장이 하나 있다.)에서 마우스를 사왔다. 유선 Mighty Mouse $49에 Tax $4.66해서 총 $53.66.

아 근데 내가 왜 유선 마우스를 사왔을까? 사와서 포장을 벗기고 마우스를 보는 순간 무심코 주의를 둘러보니 맥을 쓰는 사람들은 다 무선 Mighty Mouse를 쓰고 있는 것이다. 난 무심코 예전에 무선 마우스를 썼을 때의 불편했던 경험 때문에 유선 마우스를 덜컥 집어온 것이다. 이어 주변 사람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아니 맥북 프로에 간지안나게 유선이 뭐냐는둥.. 무선이 훨씬 편하다는 둥.. 팔락귀 el.군 무선으로 바꿔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계산서를 확인해봤더니.. "No returns on opened items."문구가 선명하게 찍혀있는 것이 아닌가.. 절망..

그래도 'Refund의 천국이라는 미국땅에서 이 정도 안해줄리는 없을꺼야'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스토어를 다시 찾아서 점원에게 불쌍한 표정으로 물어본다. "저기.. 나 이거 박스 오픈만 한거고 전혀 사용하지는 않았는데, 무선으로 바꾸면 안되겠니?".. 점원이 내가 가져온 박스를 한동안 살펴보더니 "이미 오픈을 한거라 규정상 환불이 안되는데.. 물건을 바꾸고 싶은거라니 매니저한테 연락을 함 해봐야겠어"라며 매니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매니저가 컨퍼런스 참석중이라 전화를 못받는다며..) 1분정도 지났을까, 답장이 왔단다. "매니저가 교환 해줘도 된다고 답장이 왔네, 원하는걸 가져오도록 해". '다행이다..'.

아마도 이 매장에서는 그냥 refund는 분명 안해줬을꺼고, 더 비싼걸로 바꿔달라는 요청을 했기 때문에 규정이 있어도 그냥 바꿔준듯 싶다. $21.90을 더 주고 Wireless Mighty Mouse로 교환을 했다.


새끈하게 빠진 Mighty Mouse.. 역시 애플은 일단 디자인부터 먹고 들어간다는 생각이 팍팍 들게 해준다. 블루투스 설정을 마치고 단축키 설정을 끝내고 본격 이용.


역시나 맥북에 최적화 되어 있는 마우스라서 여러가지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듯 싶다. 근데.. 뭐랄까.. 아직 쓰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걸까.. 이게 손에 잘 안달라 붙는다. 마우스가 불편해서 손에 안달라 붙는게 아니었다. 결국 기존의 멀티 터치를 지원하는 내장 멀티 터치 트랙패드가 훨씬 편하더라는...;;

물론 Mighty Mouse 를 산걸 후회하는건 아니지만, 뭐랄까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랄까. 마우스가 있어도 멀티 터치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내장 터치 트랙패드가 훨씬 강력하다는걸 새삼 알게 되었다.


물론 마우스를 사용해 볼려고 더 노력해 보았을 때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동안 다른 마우스도 그닥 사용을 잘 안하게 되었던 이유가 뭔가 확실해지는 느낌이었다.

el.



사건의 발단
'아뿔사...' 내 스스로를 너무나도 원망해야 했다. 내가 왜 맥북 옆에 물을 놔뒀을까.. 왜.. 왜... 하지만 일은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났다. 앗! 하는 사이에 물통이 맥북으로 엎어지면서 물이 뿜어져 나왔고, 순식간에 물은 내가 사랑하는 맥북 틈새로 스며들어가고 있었다. 순간 정신이 아찔 하면서 무심코 켜져 있는 어플들을 종료하고 있었다.

'바보, 바로 파워를 끄고 밧데리를 뺐어야지!!'

하지만 이내 어플들이 동작을 멈추고 디스플레이에 병걸린 사람처럼 여러 색깔의 알 수 없는 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당황한 나머지 그때서야 강제종료를 생각해냈고, 파워버튼을 오래 누르고 강제 종료를 시켰다. 수요일 아침이었다.

맥북 프로의 존재
그 동안 어딜 가나 이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 작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첫 만남 이후로, 여행 중에도, 잠깐 쉬는 중에도, 항상 잠을 자고 있다가 필요할때면 단 1,2초만에 벌떡 벌떡 깨어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바로 시작하게 해주는 이 아이가 너무 좋았다. 난 너무나도 빠른 시간안에 이 아이를 좋아하게 되었고, 이 아이 역시 내가 좋아하는 만큼 언제나 나를 만족시켜 주었다. 그 만큼 이 아이는 그동안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하고 편한 친구가 되어 주었고, 내 일상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를 살리기 위한 나의 노력들
네이버의 맥북을 쓰는 사람들KMUG에서 정보란 정보는 다 찾아 보았다. 이럴 경우에 다들 어떻게 했으며, 내가 다음 행동을 어떻게 취해야 맞는것인지. 이 아이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이렇게는 안돼!!!'

이런 저런 정보들을 다 검색해 본 결과, - 밧데리를 반드시 빼놓아라 - 드라이어로 말리지 말고 최대한 자연풍으로 말려라 - 말리고 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원을 킬 생각은 절대 하지 말고 바로 AS센터로 데려가라. 등등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막상 당하면 생각해내기 어려운 기본 항목들을 결론으로 얻게 되었고, 점심을 먹고 서비스 평가가 제일 좋았던 가산 디지털단지에 있는 KMUG로 초조한 마음을 안고 떠났다.

보이기 시작한 희망
KMUG 서비스 센터에서 입고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대기량이 많아서 1주일이 걸릴 수 있다는 답변을 듣고 착찹한 마음을 안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하루에도 함께 할 일이 엄청 많은데 1주일이라니.. 그리고 만약 문제가 있어서 수리에 들어가게 되면 적어도 2주 이상을 볼 수 없다는 얘기 아닌가.. 암울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희망의 빛은 오래 지나지 않아 보이기 시작했다.

사무실에 돌아온지 2시간정도 흘렀을 때 KMUG 엔지니어분으로부터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대략 뜯어 본 바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요?"

"아!!! 정말!!! 진짜!! T^T"

종료 직전 증세를 조금 더 체크하고 정밀검사를 해보고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을 얻고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1시간여가 지났을까, 아까 전화했던 KMUG의 엔지니어분께서 또 전화를 하셨다. "다 테스트 해봤는데요, 이상은 없구요, 안에 조금 있던 물은 다 제거했습니다. 찾으러 오셔도 되요" 얼마나 기쁜 소식이었던지... 아마도 꾸준히 덮어서 사용하고 있던 키스킨이 많은 역할을 해낸 것 같다.

기념 선물
목요일 아침 출근길에 가산 디지털단지에 있는 KMUG로 검사를 마치고 정상 판정을 받은 맥북 프로를 찾으러 갔다. 하루만이지만 어찌나 반갑던지.. 간 김에 언제 또 올까 싶어서 램을 4G로 업그레이드 시키고 사무실에 돌아와서 잘만(Zalman) 쿨러를 하나 주문했다. 앞으로는 물도 가까이 하지 않고 잘 지켜줄께.


el.

ps. 글 쓰고 나서 봤더니.. 나.. 애정결핍같아..

지난주 드디어 맥북 프로를 지르고야 말았다.
일시불로 결제를 하느라 환율이 최대한 내릴때까지 나름 기다렸다 이때다 싶어 결제를 했는데, 덴.. 사고 나서 환율이 갑자기 낙폭을 해버렸다는.... T.T
그래도 환율 적용해도 한국에서 사는 것 보다는 훨씬 싸게 샀으니 만족한다.


내가 맥북 프로를 사려고 맘먹은 계기는 Jon이라는 친구 덕분이다. 사실 이전부터 눈독은 들이고 있었으나 워낙 비싸다 보니 말 그대로 눈독만 들이고 있었는데, 아래의 이유들이 나로 하여금 지름신을 강림하게 만든 직접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으니...

1. 맥북 프로에서 돌아가는 Logic Pro의 활약은 대단했다. 요즘 주말을 이용해서 Jon이라는 친구와 음악 작업을 같이 하고 있는데, 그 친구가 Logic Pro를 다루는 모습을 보다가 '그래 맥북을 사야해'라는 '사명감'이 생겨버렸다.
2. 아이팟 터치를 사용하면서 애플의 GUI에 너무나도 감동을 하고 있던 터였다. 한 번 맛들이면 다른 어떤 UI도 불편해져 버리는 중독성. 맥북 프로가 아이폰과 똑같은 멀티 터치 패드를 제공한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었다.
3. 디자인.. 디자인.. 디자인.....
4.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션과 맥을 떨어뜨려 놓을 수 없다.
5. 그래. 일단 뽀대 완빵이다..

처음에 계속 눈여겨 봤던건 역시나 이번에 새로 나온 뉴 맥북 프로였지만, 가격대가 만만치 않았다. 최고 사양은 한국에서는 거의 400만원에 육박했고, 여기서 환율 따져서 사도 360만원대정도.. 그러던 차에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꼭 '뉴' 맥북 프로를 사야 하냐고 자신에게 자문도 해보고 정보를 이리저리 알아보던 차에 내가 만약 '뉴' 맥북 프로를 산다면 이유가 뭘까에 대해서 자문해 보았다.

1. 쌔끈한 알리미늄 유니바디
2. 4손가락까지 사용 가능한 멀티 터치 패드

1번도 많이 끌렸지만 사실 2번이 더 끌리는 부분이었다. 근데 '뉴' 맥북 프로 바로 이전 모델이 3 손가락 멀티 터치 패드가 적용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맥북 스토어 미국 사이트에서 refurbished 모델로 매우 저렴하면서 신품보다 스펙이 좋은 아이들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물론 미국내에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refurbished 모델은 디스플레이 되었던 제품이나 누군가 구매했다가 단순 변심 또는 기타 고장 이외의 사유로 반품된 제품을 리패키징해서 가격을 다운시켜서 파는 모델이다. 많게는 $600 이상 저렴하게 같은 모델을 구입할 수 있다.

Intel core 2 duo 2.4Ghz의 뉴 맥북이 $1,999인 반면, 2.5Ghz의 멀티 터치 패드를 지원하는 바로 전 모델의 맥북 프로가 $1,499 였으니, 이미 마음은 이 녀석에게로 꽃혀 버린것. 결론적으로 내가 포기한건 '쌔끈한 알리미늄 유니바디' 하나이다. 하지만 나름 선택에 대한 기분 좋은 합리화를 하자면, 이번에 새로나온 뉴 맥북과 뉴 맥북 프로의 경우 둘 다 디자인이 같아서 맥북 프로의 디자인적인 차별화가 없는 반면 바로 전 모델까지는 그냥 맥북과 맥북 프로와의 디자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나름 기분 좋을 수 있다는. ㅋ

맥북 프로가 도착한날 처음 부팅을 하며 기념샷

1주일 동안 모든 업무 관련 자료 및 개인적인 자료들까지 맥북 프로로 다 옮기는 것을 거의 마무리 했다. 역시 애플의 GUI는 10점 만점에 9.5점 이상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한 번 잘 쓰기 시작하면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게다가 언어 지원에서 모든 세팅까지 복잡한 것 없이 어찌면 이렇게도 유저빌리티에 신경을 썼는지.. 이래서 'UI에 막대한 돈을 투자했다는 애플 답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나오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것 저것 프로그램도 깔고 커뮤니티에서 정보들도 습득하고..

앞으로 한동안은 맥북 프로와의 사랑에서 헤어나오질 못할 것 같다. >_<

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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