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시작된건지 모를 아픔이 마음 속에서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하나, 둘, 셋, 넷,...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것들이
소년의 마음속에 자리잡기 시작하고, 괴롭히기 시작한다.
소년은 어찌할바를 몰라 마음의 문을 닫으려 노력하고,
더 이상 마음속에 빈자리는 없는 듯 했다.
이미 많은것들이 가득차 있는 마음속에는 나쁜것은 물론이지만, 더이상 좋은것도 넣을수가 없었다.
좋은건 아쉽지만 더이상 나쁜것도 들여놓지 못하는것에 안도를 하고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느날 잡동사니로 가득차버린 마음속에 매우 중요한 무엇인가를 받아들여야 함을 느낀다.
그것은 소년이 처음 느껴본 무엇이었다.
갑자기 소년은 심장이 아파옴을 느꼈다.
그리고 여기서 그냥 안주하면 안된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소년은 마음속의 잡동사니들과 하나씩 타협을 하기 시작했다.
"네가 내 마음속에서 나가준다면 니가 원하는걸 하나씩 들어줄께"
소년이 손을 내민다.
"난 너의 마음안에 있고 싶어. 그걸로 충분해. 더이상은 필요없어"
마음속에 무엇인가가 대답한다.
소년은 타협하지 못한다.
모든 것들과 하나하나 타협을 시도했지만..
그 아무것도 마음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았다.
소년은 타협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마음속의 모든것들을 좋은건, 나쁜것 가리지 않고 죽여버리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해서라도 모든것들을 비워내고 매우 중요한 무엇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계획대로 하나씩.. 하나씩 죽여나갔다.
때로는 매우 힘들고, 때로는 그 소리들이 너무나도 비참했지만.
하나씩.. 하나씩 죽여나갔다.
이상한 일이었다.
하나씩 죽이는 일에 몰두한 나머지.
소년은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소년의 마음속에 뭔가 자리잡는건 매우 불필요한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소년은 죽이는것에 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마음속에 가득찼던 잡동사니들을 비우려 했던
처음의 목적은 잃어버렸다.
소년이 죽여버린 모든것들은 사라지고..
마음속에는 마지막 딱 하나가 남아있었다.
소년이 그것을 죽이려 하자..
그것은 이렇게 말은 한다.
"넌 이제 날 죽이지 않아도 돼. 이것봐 이제 공간은 이렇게 넓어졌다구.."
그 순간 소년은 잊고있었던 목적이 생각났다.
모든것을 죽이면서 그 공간에 넣고싶었던 매우 중요한 무엇인가를...
소년이 그것을 찾았을때..
이미 중요한 무엇인가는 더이상 소년의 마음을 찾지 않고 기다림에 지쳐.. 변해감에 지쳐..
다른곳으로 가버린 뒤였다.
소년은 마지막 남은것에게 소리질렀다.
"너같은 것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거야! 다시 모든걸 돌려놓으라구!!"
마지막 남은 그것은 조용히 속삭였다.
"너의 마음속엔 이제 나밖에 남지 않았구나.."
소년은 마지막 남은 하나를 죽여버렸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소년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니었으며..
결코 소년이었던 적이 없었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소년은 없으며, 없었다.
m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