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나는 당신을 몰라요. 기사가 당신을 다 말해 준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신문 기사에는 사실은 있는데 사실을 만들어낸 사실은 없어요. 사실을 만들어낸 게 진짜 사실인데 사람들은 거기에는 관심이 없어요. 사실은 행위 전에 이미 행위의 의미가 생겨난 것인데, 내가 어떤 사람을 죽이려고 칼로 찔렀는데 하필이면 그의 목을 감고 있던 밧줄을 잘라서 그가 살아 나온 경우와 내가 어떤 사람의 목을 감고 있는 밧줄을 자르려고 했는데 그 사람의 목을 찔러버리는 거.... 이건 너무나도 다른데, 앞의 사람은 상장을 받고 뒤의 사람은 처형을 당하겠죠. 세상은 행위만을 판단하니까요. 생각은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도 없고 들여다볼 수도 없는 거니까. 죄와 벌이라는 게 과연 그렇게나 타당한 것일까. 행위는 사실일 뿐, 진실은 늘 그 행위 이전에 들어 있는 거라는 거, 그래서 우리가 혹여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거.... 당신 때문에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거지요. 생각해보았는데 누가 지금 나에 대해 기사를 쓴다면 나는 당신보다 형편없을 수도 있어요. 문유정이라는 여자는 세 번이나 자살을 기도했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데도 또 자살을 기도했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끝, 인 거에요..."
- 본문中  p. 205



이 책을 읽고 새삼.. 사형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본다..
과연 인간인 그들을 세상에서 영원히 격리시키는 의무가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 타당한 것일까..
그렇다고 수 없이 많은 산사람의 가슴을 파헤쳐놓은 흉악범들에게도 살 권리를 인정해 주는것이 타당한 것일까. 그리고, 그들의 생각과 행위를 인간의 판단으로 규정 지을수 있는 것일까..

el.



공지영님의 책은 두번째이다.
이 책은 정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나름 많았던터라..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책을 읽는 도중에 여러가지 단상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누군가에게 공감을 느끼게 해준다는거.
정말 매력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

책을 다 읽은지는 시간이 좀 지났는데..
이제서야 포스팅을 해본다.

그동안 주문했던 책을 다 읽었다.
오늘 또 4권의 책을 주문했는데..
역시나 공지영님의 책은 매달 한권씩 들어가게 될 것 같다.

el.

ps. 책중 J는 Jesus라구 생각했는데.. 혹시 다른 대상? what's ur thought?


index

용서의 길
사랑에 대하여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사랑
푸짐하게 눈 내리는 밤
겨우, 레몬 한 개로
두 살배기의 집착에서 벗어나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생명의 찬가
고통의 핵심
느리고 단순하고, 가끔 멈추며
조금 더 많이 기도하고 조금 더 많이 침묵하면서
사랑한 뒤에

머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마음이 주인

한 덩이의 빵과 한 방울의 눈물로 다가서는 사랑
잠 안 오는 밤
진정한 외로움은 최선을 다한 후에 찾아왔습니다
물레방아처럼 울어라
길 잃고 헤매는 그 길도 길입니다
모든 것이 은총이었습니다
한가하고 심심하게, 달빛 아래서 술 마시기
눈물로 빵을 적셔 먹은 후
공평하지 않다
노력하는 한 방황하리라
독버섯처럼 기억이
세상이 아프면 저도 아픕니다
어린 것들 돋아나는 봄날

나의 벗, 책을 위하여
사랑 때문에 심장이 찢긴 그 여자
우리가 어느 별에서
하늘과 땅 사이
자유롭게 그러나 평화롭게
별은 반딧불로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사랑했던 별
있는 그대로
창을 내는 이유
내가 생겨난 이유
속수무책인 슬픔 앞에서
감정은 우리를 속이던 시간들을 다시 걷어간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늙어서 할 수 있는 일, 죽음을 선고받으면 할 수 있는 일, 그걸 지금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끔 죽음을 생각하는 것, 가끔 이 나날들의 마지막을 생각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을 오히려 풍요롭게 해주는 이 역설의 아름다움을 분명 알고 있으면서 지금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고요. - p.179

본문中
























공지영님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뭐랄까..
공지영님과는 첫 만남이었는데..
너무 놀랐다..
이런 섬세함과 표현들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오는건지...
하나하나 놓치기 힘든 표현들과 이야기들은..
책을 읽는동안 너무나도 깊은 몰입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이 책은 츠지 히토나리와 공지영님의 2가지 버전이 존재하고,
검색을 해본 결과.. 공지영님의 책을 먼저보고 그다음 츠지 히토나리의 책을 볼것을 권하고 있다.
공지영님의 책에서는 뭔가 다 밝혀지지않은 오해와 이야기들이
츠지 히토나리의 책에서 상세하게 표현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사실 이 책은 읽어볼까 말까.. 고민했었다.
뭐랄까.. 너무 서정적인 느낌이었다고 해아할까..
하지만 앞으로 책에 대한 그런 선입견을 없앨꺼라고 혼자 생각했다.

이 책은 한일간의 관계를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코드로 풀어보자는
츠지 히토나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굉장히 상반적인 두가지의 주제를 이런식으로 표현해서 풀어냈다는게 참 경이롭기까지 했다.
책을 읽어보면..
사실 이 두가지 주제는 그리 상반되지 않겠다라는생각도 드는것이 사실이다.

다음주에 츠지 히토나리의 버전을 읽을 생각이다.

mins.


잊는다는 건 꿈에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내가 잊으려고 했던 것은 그가 아니라, 그를 사랑했던 내 자신이었다.
그토록 겁 없이 달려가던 나였다.
스물두 살, 사랑한다면 그가 일본인이든 중국인이든 아프리카인이든 아무 상관이 없다고 믿었던,
사랑한다면 함께 무엇이든 이야기하고 나누고 비밀이 없어야 한다고 믿었던
스물두 살의 베니였다.
그를 만나지 못해도, 영영 다시는 내 눈앞에 보지 못한다 해도,
잊을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때 그를 떠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
.
.
나는 방으로 돌아와 옷을 입은 채로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으면 꿈속에서 이노카시라 공원으로 내 영혼이 달려갈 것만 같아 나는 두려웠다.
어렸을 때 읽은 동화에 그런 말이 나왔었다.
꿈속에서 우리의 영혼은 마음껏 이 세상을 떠돈다고.
만일 당신이 꿈속에서 누군가와 만났다면 그건 그 사람의 영혼도 밤새 당신을 만난 거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어제 준고의 영혼도 나와 함께 이노카시라 공원 근처에 있었던 것일까.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中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사람의 손가락은 ,
그 여자가 아무리 물뿌리개로 물을 뿌려 준다해도 다시는 돋아나지 않는데
그렇게 제 청춘이 가고 있어서,
     
지금 돌아보면 바로 그 때가 청춘이었는데도,
그 여자는 봄이 오면 슬펐던 것 같았다.

언젠가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 인간에게 늙음이 맨 마지막에 온다는 것은 얼마나 저주인가 "

그 저자는 말했다.

신은 실수를 했다.
기어 다니는 벌레였다가
스스로 자기를 가두어 두는 번데기였다가
드디어 천상으로 날아 오르는 나비처럼

인간의 절정도 생의 마지막에 와야 했다고.
인간은 푸르른 청춘을 너무 일찍 겪어 버린다고.

                            
[ 공지영의 고독 중에서 ]


샬라르님의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공지영님의 책 중 글이다.
샬라르님도 이 글을 보고 뭔가 느낌을 받으셨다는데..
나 역시 이 글을 보고 뭔가 산뜻한 자극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생의 절정은 마지막에 와야한다...' 라는..
이 단순하면서도 깊은 표현은..
내가 지금 어디에 와있는지 잠시 뒤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내 생의 마지막의 절정을 상상해 본다...

m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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