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잘만들어진 영화는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튀어나온다는걸 체감했다고나 할까. 허영만의 원작 만화를 본 적은 없지만. 대략 먼저 나타난게 임자라고.. 나에게 '타짜'는 최동훈 감독의 '타짜'로 영원히 남을듯. 그리고, 사실 이 영화가 '범죄의 재구성'의 감독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본지라.. 타짜를 보고나서 앞으로 영화를 보는 기준중에 최동훈 감독도 포함이 됨을 개인적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그만큼 볼만한 감독들이 많아지니.. 이 어찌 아니기쁠수가!!
(지금까지 이유 불문하고 감독만 보고 영화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 감독은 박찬욱, 봉준호 정도..? )
가구공장 3류인생의 고니(조승우)가 누나의 돈을 훔쳐다 도박에 빠져 다 날리고, 그 돈을 다시 벌기위해 타짜의 길에 들어서면서 어느덧 타짜로서의 환생은 모든것을 욕심에서 욕망으로 바꾸어버리고 긴장감 넘치는 배신과 뜻하지 않은 사랑과.. 이런저런 인생사 많은 이야기들이 나름 녹아있는 이 영화는 '도박의 재구성'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여러 사람들의 말처럼 '범죄의 재구성'과 비슷한 면은 있으나, 훨씬 짜임새있고 정말 맛깔나는 대사들로 넘친다.
이리저리 쫓고 쫓기고, 동맹과 배신이 반복되고, 화투판 속에서의 두뇌싸움들은 정말 세련되기 까지 하니, 무척이나 볼만한 것들로 가득차있었지만 오히려 타짜의 진짜 매력은 깔끔한 구성과 배우들의 흠잡을 것 없는 연기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개인적으로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 김혜수가
(사실 심하게 오버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내 눈에 그렇게도 이쁘고 프로페셔널하게 보일수가 있었다는건, 확실히 연기 하나는 일품이었다. 언제나 감초 조연급인 유해진 역시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언제나 담담히 대사를 치시는 백윤식 선생님 역시 전과는 다른 포스가 느껴지니 어찌나 즐겁던지.. 특히나 조승우의 새련되면서도 흠뻑젖은 캐릭터 연기는.. 같은 남자가 봐도 정말 멋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고! 이 영화에서 특히나 내게 '감동'을 줬던 부분은.. 그 많은 액스트라들도 어찌나 어색하지 않게 연기들을 하시는지.. 과연 연기력 되는 액스트라들로만 선별해놓은건지, 그만큼 감독이 깐깐한건지, 깜짝 놀랄 정도였다. 이만하면 캐스팅은 정말 완벽하지 않았을까..
(보통 정말 어색한 액스트라들이 영화의 흐름을 깨는 일들이 한,두번이 아닌데 말이지..)
여하튼 잘만든 영화는 입소문이라는데, 나 역시 볼 계획이 없다가 자그마한 넷소문을 보고 타짜에 동참하게 되었으니, 앞으로 건승하는 영화가 되길 바라며, 아울러 흔하디 흔한 조폭 소재의 삼류 코메디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한국 영화의 비율이 점차 낮아지길 고대하는 바!
나름 길다면 길 2시간30분을 전혀 길지 않게 느끼게 해줬을 뿐 아니라, 나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 영화 '타짜'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