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log.in ::

책 줄갈피

일상2015.02.25 12:41

난 책을 손에 쥐었을 때 내가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시할 수 있는 줄갈피가 이미 있는 책들이 참 좋다. 아무 생각 없이 차를 몰고 나왔는데 기름이 아직 충분히 있어서 내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주유소에 들를 필요 없이 운전할 수 있는 기쁨 같은 느낌이랄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가 내린다.   (0) 2015.03.16
방랑벽  (0) 2015.02.26
책 줄갈피  (0) 2015.02.25
블로그  (0) 2015.02.25
몇 번을 더 가야 할까  (0) 2014.11.05
친구  (0) 2014.05.29

Comment 0

블로그

일상2015.02.25 12:41

블로그, 2000년대 초반부터 뭔가를 계속 끄적거리며 내 생각과 일상을 표현했던 가장 훌륭한 도구이자 나의 개인사를 아직 일기처럼 보관하고 있는 나만의 연대기이기도 하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간단하게 일상을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뭔가 긴 글을 적어야 할 것 같은 블로그는 그야말로 찬밥이 되었고, 언젠가부터 그냥 이렇게 방치되어갔다. 그래서 가끔 내가 쓴 글들을 읽다 보면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하며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만큼 내 생각도 세월과 함께 수없이 많은 가지를 치며 다른 형태로 자라온 거겠지. 그리고 어떤 가지들은 이미 잘려져 나가고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겠지. 블로그에 뭔가를 계속 끄적이며 생각을 정리할 때에는 지금보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다양했었다는 생각을 한다. 뭔가를 정리하고 표현하는 습관이 나의 정체성을 더 확고하게 만들어줬던 것 같기도 하고. 


뇌는 계속 진화하고 적응해간다. 그것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이제 난 아이폰에 너무 많은 걸 의존하게 되었고, 직접 기억하려는 뇌의 기능은 점점 퇴화하는 느낌이 든다. 나만의 철학과 생각으로 발전시켜가던 나의 정체성은 그냥 모든 사람에게 무난히 끼워 맞춰지는 하나의 부속품이 되어갔던 것 같기도 하다. 오랜만에 예전의 글들을 읽다가 보니 10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나와 어딘가 많이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갑자기 좀 불편했다. 그때보다 뭔가 더 좋아진 것만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삶의 질, 환경, 그 외 많은 것들이 훨씬 좋아졌다. 하지만 나의 진정한 정체성은 어디에선가 길을 잃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냥 내 생활 수준을 계속 맞추고 높이는 기술만 늘어간 게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봤다. 오늘 난 내 블로그로 시간 여행을 잠시 다녀왔다. 그리고 지금의 나와는 사뭇 다른 과거의 내 모습들을 만나고 왔다. 뭐가 바로 바뀌는 건 없겠지만, 처음 내가 익숙한 세계를 떠나 더 넓은 세상을 만났던 때와 같은, 약간은 불편하지만 그러면서도 신선한 청량감, 이 자극을 일단 기억하려고 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랑벽  (0) 2015.02.26
책 줄갈피  (0) 2015.02.25
블로그  (0) 2015.02.25
몇 번을 더 가야 할까  (0) 2014.11.05
친구  (0) 2014.05.29
사랑하는 사람들  (0) 2012.10.12

Comment 0




그러고 보면 난 어릴 때부터 우주에 대한 동경이 정말 많았다. 어릴 때 ‘우리가 사는 지구’나 ‘행성의 비밀’ 같은 제목의 그림책들을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걸 부모님도 아셨던 건지 과학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다 주셨었다. 90년 초부터 집으로 매월 배달되던 내셔널지오그래픽 영문판에 우주와 관련된 사진들이 있으면 정말 자세히 들여다보곤 했다. 제일 기억에 남으면서도 즐겨봤던 만화를 꼽으라면 단연 ‘우주선장 율리시스’였다. 80년대 만화임에도 아직도 기억 속에 제법 생생하게 남아있는 일화들이 몇 있을 정도다. 우주의 여러 행성을 돌아다니며 펼쳐지는 율리시스 선장과 선원들의 모험 이야기가 어린 나를 항상 흥분시켰다. 내가 성장하면서 하늘을 많이 쳐다보고 별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많이 다녔던 이유에는 나의 어린 시절의 이러한 관심사들을 떼 놓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심지어 내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할 곳을 내가 고를 수 있다면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그 고요 속에서 죽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다고 친구들에게 공공연히 말하고 다닐 정도였으니, 이쯤 되면 내가 지금 천문학자가 되지 않은 게 기이한 일일 수도 있다. 시애틀로 이사 오기 바로 전에 살았던 LA에서, 난 그저 별을 보기 위해, 별을 담기 위해 홀로 사막 여행을 많이 다녔다. 은하수가 보이는 밤하늘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생각했고, 몇 시간이든 그냥 바라보고 있을 정도로 그 밤하늘을 동경했다. 글과 함께 올린 사진은 여행 중에 내가 담은 밤하늘 중 하나이다. 내가 죽기 전에, 이 땅에서 바라본 저 밤하늘이 아닌, 저 위에서 바라보는 지구와 다른 우주를 경험해볼 수 있다면, 난 아마 남은 소원이 없을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다음엔 꼭 은하수를 담아와야지. 


그래, 인터스텔라를 본 이후 난 계속 우주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1호 우주인 선발 이벤트에 응모라도 했었어야 했는데..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보고/읽고/듣고/쓰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0) 2015.03.04
우주를 동경하며  (0) 2014.11.08
월간 윤종신  (6) 2010.05.11
음악은 색깔을 몰라  (6) 2010.01.21
이것 참 탐나는도다!!  (4) 2009.09.08
24 시즌 7.. 끝나긴 했는데..  (2) 2009.05.21

Comment 0